
회보랏빛 집합체일까 봐
내가 사본 단일 블러셔 중에서 가장 비쌌던 것 같다. 흡. 말을 잃게 만드는 숫자. 값비싼 만큼 팬 크기 크고 양 넉넉한 건 봐줄 만하네. 은근히 팬색 활짝 보이는 투명 케이스도 튼튼. 하필 제가 틈틈이 신상 구경 와중 "아이시 클리우디", 너가 부지런히 눈에 밟혀선. 언제나 보라보라한 블러셔가 귀해서 뭐에 홀린 듯 구매했지. 회기 보라색의 귀감이 되어줄 거라 의심치 않았어. 당연히 널리 퍼진 색감들이었으면 안 샀을 듯해.
그 어떤 것보다도 브러쉬 한 번 터치에 가루날림이 왕창 부스스... 그렇지만 참을 수 있어 제 볼에 예쁘게만 물들여준다면야. 팬색 볼 땐 나 보라색이야, 강고하게 외치고 있는데 막상 바르면 발색이 빡세지 않다. 왠지 가루 블러셔치곤 얇게 수채화로 스며드는 표현법이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색감을 오히려 도회적이고 이지적인 분위기로 변환 잡아주는 것 같다. 얼핏 탁하고 진한 듯한데 가루 슬슬 긁다보면 동시다발적으로 껍질 벗긴 듯한 속살 퍼런 느낌도 들어 있어 꽤나 흥미로운 색감이었다.
눈에서는 뮤트보다 더한 탁기 뿌린 회보라 색감에 가까웠구만, 볼 들입다 바를 땐 회기는 크게 잘 못 느꼈다. 내 볼 피부색이 웬만한 회기는 먹나본지 미혹만 남기고 간다. 천연 홍조가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보랏빛 심하게 안 돌아 난 그게 오히려 좀 아쉬웠다 ㅜㅋㅋㅋ... 하물며 페일 핑크격인 바닐라코 '문리버' 바른 뒤에 쓰니까 의아하게 붉은기가 판을 뒤엎고 압도적으로 발현됐다. 문리버가 붉게 올라가는 타입 아닌데 왜...? 아이시클라우디 쓴 날에 코디는 노란색이나 하늘색 포인트 주면 한낱 여름에도 우울 우중충한 느낌 없다. 보라-검정옷 조합이야 당연히 끝판왕이고. 은근 은은한 색 분위기가 서늘한 청순함을 가련하게 자아낸다고 할까. 보라의 밤이 쏟아지는 그림자 고요한 느낌 같은 색 소중해. 가루 날림이 모래사막 수준을 감안해서라도 바를 거임 난. 가루 잔해 그까짓 덤벼. 좋아하던 웨이크메이크 소프트뮤트 단종 때문에 묵은 갈증을 조금이나마 이 아이가 해소시켜주길.
*앗 여러분. 입큰하고는ㅜㅜ 연관 없지만 올리브영 매장에 가서 무지개맨션 하이라이터 <<고져스>> 테스트해봤거든요? 와.
레몬빛 감도는 결정체들이 피부결 사이마다 밀착 착 되면서 촤랄라 감도는 불투명함이 너무 예뻐요. 살결 고른 반사감, 별 수놓는 듯한 빛감... 하이라이터 성인군자도 반했어요...
(그래서 어쩌라구요? 여기다 왜 그 얘길 쓰냐고요? 사람이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드는 거예요. 입큰 아이시클라우디 위에 콩콩 바르면 너무 예쁠 것 같지 않나요? 근사하겠어. 보랏빛 별밤처럼 표현될 듯하여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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