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화장 후기 2편 (+나도 써봄)
내 친구한테 내가 추천함ㅋㅋ 출시 직후 잇달은 홍보 접하고선 오호라, 이건 내 친구를 위한 색조템이구나 화장 잘 안 하는 이 친구에게 영업 내공을 담아 거창한 미사여구 없이 무조건 사두고 얘 하나라도 꼭꼭 씹어 먹거라 하였으니, 어찌 보면 내 존재도 모르는 창시자에게 일조한(?) 셈이다. 막 종알종알 다그치진 않았다 난 상냥하다^^ㅋ 순전히 난 이 제품 한눈에 보자마자 내 친구 바보 얼굴이 다라따따 오늘도 생각났을 뿐.
친구는 01호 듀이문을 샀음. 차분한 상앗빛 계열 살구색에 야들야들한 펄먼지가 얇고 반투명히 빛에 따라 입체감 돋게 반사된다. 유유히 흐르는 유수분기로 피부를 윤기 머금으며 찰기지게 감싸는데 의외로 기름진 발림성이 아니었고, 촉촉한 새틴 섀도 같은 실한 표현감 한에서만 에워싸며 일종의 세미 매트 쿠션을 바르는 선에서 보습이 그친다. 하지만 덧대어 바를수록 고리타분한 텁텁함이 배가 되니 인공적 낌새 안 나게끔 한두 번으로만 가벼이 훑어주는 편이 나았다.
내가 친구한테 왜 유독 이 아일 소개할 수밖에 없었나. 일 년의 반을 수부지 피부로 자글자글 지내는 나보다 더 건조할 뿐더러 특히나 겨울에는 온몸이 잘 트는 피부 유형이면서 내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얼굴이 자그마치 콩알만하고 이목구비 굴곡은 가파르지만 각진 부위가 없어서인지 이마부터 입술까지 윤광 차르르 웃도는 메이크업이 잘 어울리는 것이 그 까닭이다. 그래야지 사람이 생기가 활활 넘쳐보이더라. 외려 광을 살려야만 깔끔해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블러셔도 리퀴드 블러셔 립은 글로시한 립이 담뿍 끼얹은 색조여야만 하고. 거기에 피부가 말끔한 쪽에 속하니 이대로 스틱 하이라이터 써야 할 타입에 더할 나위 없잖나.
내 기대를 충분히 저버리지 않도록 이런 류의 피부를 가진 친구한테 퍽 완전체였다. 고전서 속에 나올 법한 갓 짜낸 천연 오일수로 뜨끈뜨끈 목욕한 느낌이 글린트만의 펄 광채력에 오롯이 살아 있다. 마치 습기찬 수증기처럼 옹기종기 모인 펄 표현력이 맨살을 갖출수록 훨씬 근사하다. 앞서 끼적끼적 언급하듯 두께감 얇게만 바르면 나 하이라이터 발랐다,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도 원래 낯빛을 바꾸고 인상을 상당히 유순해지게 만들어준다. 상당수가 우려하는 사이버틱함도 절대 삭제 가능. 실물 직접 보니까 01호 듀이문 사길 잘했다고 가격 용서 가능. 나의 친구쟁이도 이 색상 꽤나 만족스러워했다. 그래서 일단 친구 입장에서 별 네 개 박았다는 거. 무엇보다 이 친구가 화장을 주로 안 하니까 이거로 한 겹씩 칼 저미듯 쌓이는 층을 민낯에 착 올려주기만 해도 종일 초췌해보이지 않고 단아 정갈한 느낌을 줄 거다. 다름이 아니고 쌩얼 보조 제품에 딱이다. 하루 일과 허겁지겁 바빠서 화장할 틈도 없다 할 때 대중교통 기다리는 동안에 이거 꺼내서 멀티밤처럼 쌩얼에 스윽 한 번 바르고 손가락 두둘두둘해도 이왕 산 거 알차게 써먹을 걸. 아. 덧붙여서 듀이 문 색상에 대해 부연설명하자면 내 피부가 13호 이상인데도 일정치 차분해진다는 거지 너무 어둡지 않았고 아마 내 추측 21호일 듯한 내 친구 밝은 편의 피부톤에도 이질감 없었음.
단점 물론 적나라하지. 베이스 마치고 파우더 처리 완료된 상태에서 문질러주면 곧잘 망설임 없이 밀리다 못해 덩어리째로 뭉쳐버린다... (= 이는 즉, 내 숙명인 유분기 파괴주의 화장과는 안 맞는 색조품이란 뜻이기도 하다. 나한테 파우더는 필수불가결 수준이니께 응.) 이게 어느 정도 숙달되기까지는 다루기 쉽지 않지만, 촘촘하고 은은한 반질함이 곧 이 스틱 하이라이터의 생명줄이자 유일한 믿음이다. 퍼프나 손가락에 내용물을 묻혀 밀어 쓰지 말고 살갑게 톡톡 두드려 발라줘야 하는데 이조차도 민낯 가리기용으로 더 좋다. 뭘해도 사용법이 어렵다 싶다면, 최대한 스킨 케어 탄탄하게 해주고 난 쌩얼에 함 발라보소. 민낯인데 민낯보다 예쁜 결 느낌이 녹아들듯 뿜뿜댄다.
++) 22. 10.4 추가. 친구는 아직도 글린트 스틱 하라 쓴다더라. 가끔 피부 화장 외에는 화장 안 하는 애인데 피부 화장할 땐 쿠션에 이거만 바른다고 최근에 들음. 아무튼 잘 쓰고 있다니 추천해준 나도 이제서야 마음이 놓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