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가단 리뷰입니다.
은은한 비누향을 띠는, 눈처럼 흰 샤베트 제형이구요. 만지면 퍼석거릴 정도로 되직한 질감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과연 이게 롤링이 잘 될지, 사용감까지 뻑뻑하진 않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어요. 얼굴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녹아들어가서 부드러운 러빙이 가능했고, 유화 단계에서도 그 느낌이 유지되었습니다. 멜팅이 신속하게 되지 않는 제품들은 롤링하면서 제형끼리 뭉치고 손가락 바깥으로 밀리는데, 그런 현상이 거의 없어 만족스러웠어요.
유화도 잘 되고, 마무리감이 건조하지 않아 좋았어요. 잔여감이 아예 없진 않지만, 클렌징 오일보단 확실히 덜한 것 같아요. 클렌징을 마친 후 10~20회 정도 물로 꼼꼼히 패팅을 해 주면 잔여감 거의 없이 적당히 촉촉한 상태로 마무리돼요.
저는 지성 피부지만 세정력 때문에 1차 세안제로는 거의 오일을 사용하는 편인데, 잔여감 때문에 저도 모르게 종종 이중세안을 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건조해지고 일시적으로 붉어짐이나 좁쌀의 기운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 제품은 물로만 마무리해도 부담스러운 잔여감이 없었어요.
전성분 중 피이지나 캐모마일/일랑일랑꽃오일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피부인데, 피이지야 뭐 클렌징밤엔 보편적으로 쓰는 성분이고 역시 단시간에 씻어내는 '세안제'다 보니 딱히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구요. 순한 사용감이었어요. 이 브랜드 토너랑 세럼도 같이 받아 써봤는데,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순한 사용감, 아울러 촉촉함에 주안점을 둔 것 같아요. 제품력 좋은 비건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세정력은 역시 클렌징 오일보단 약간 아쉬웠어요. 다만 근소한 차이였습니다. 일단 제가 마스카라나 립스틱까진 쓰지 않는 남자다 보니, 세정력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제한적이긴 했어요. 대신 여성분들에 비해 아무래도 굉장히 파우더리하고 매트한 파운데이션만을 골라 쓰는데, 다 잘 지워졌어요.
베이스는 거진 다 가볍게 지워질 것 같구요. 다만 리퀴드 틴트의 경우에는 클렌징 오일 대비 착색 흔적이 살짝 남았어요. 색조나 워터프루프 제품들까지 아주 말끔히 지워질 만한 세정력은 아닐 것 같아요. 그래도 여성분들은 리무버를 흔히들 따로 쓰시니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고, 베이스 지우는 1차 메이크업 클렌저로서의 기능은 잘 수행했어요. 전 어차피 파데만 잘 지우면 되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전혀 없었어요. 이 부분은 개별적인 니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오일보다 자극감은 덜하지만 제가 하는 메이크업 수준에 있어선 매우 충분한 세정력이었고요. 딱히 마이너스 요소가 없는 제품이었어요. 전 특이하게 패키지 디자인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색감이라 마음에 들었구요. 뚜껑은 원터치캡 형태라 편해요. 또 속뚜껑, 스파츌라 등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다만 제가 받은 제품이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캡을 닫을 때 살짝 닫으면 위아래가 깔끔하게 체결이 안 돼요. 그렇지만 아주 약간 거슬리는 정도라 별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TMI. 평소 지성 피부라 오일 중에서도 묽고 라이트한 제품을 쓰는데,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얼굴에 올릴 때 질질 흐르면서 솔직히 좀 불편하거든요. 그런 분들도 밤 제품을 쓰시면 한결 낫습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은 아닙니다만, 용량도 통상적인 밤 제품들보다 소폭 많은 편이고 이 정도 제품력이면 충분히 구매할 만하다고 생각돼요. 비건에다, 순하고 촉촉한 클렌징밤 제품 찾으시는 분들은 구입해서 사용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