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과 내가 유일하게 같이 보는 유튜브 채널 오늘의 하늘의 하늘님이 런칭한 브랜드가 피치씨라고 한다. 유튜브를 같이 보긴 해도 구달 선크림에 스킨푸드 파우더 살짝 바르고 나가는 것이 메이크업의 전부인 딸은 하늘님이 화장품을 내거나 말거나 관심 없고 나는 하늘님의 하늘포레스트 보며 전원생활 대리만족하는 게 전부인 지라 화장품도 속옷도 잠옷도 산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쿠션을 냈다고 하면서 사장인 하늘님과 BM님이 영상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해주시는데 뽐뿌가 왔다. 저거슨 360도 회전화장대를 쿠션으로만 꽉 채우는 쿠션왕인 내가 써볼 만한 쿠션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그날 밤 즉시 결제하고 쿠션이 오기를 기다렸다.
받아보니 40대 아짐이 밖에 차마 못 들고다닐 디자인이었으나... 그러나 소녀시절의 감성을 반추하게 해주어 은근히 매력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먹던 과일맛 젤리 같은 달콤한 냄새가 났다. 요즘 건강을 위해 식이요법 중인데 이거 복숭아 메베랑 쿠션 바르면 그래도 단 것에 대한 욕구를 참을만해서 좋았다.
서론이 길었는데... 수 없는 쿠션을 써본 내가 단언컨대 이 쿠션은 악지성 악건성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르마니 파데급의 지속력과 예쁘게 무너짐을 자랑하는 정말 좋은 쿠션이다. 쿠션 처음 만들어보는 회사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내다니 앞으로 이 브랜드의 앞날은 밝을 거라 예상된다. 진짜 한 번 바르면 밤에 집에 돌아와 떡실신하기 직전까지 날아가지 않고 유지되며, 처음 발랐을 때보다 2-3시간 지났을 때가 더 예쁜... 유명 브랜드에나 있을 법한 무너짐을 보여주는 쿠션이다. 이 방면으로는 내 최애 메포 유브이 브라이트닝 쿠션을 따라갈 쿠션이 없었는데 요즘 메포가 이 아이 오고 나서 위기의식을 징하게 느끼는 거 같다 ㅎ (물건너 Mimc 미네랄 리퀴드 쿠션형 파데가 왔을 때도 동요가 없던 메포였는데...)
다만 메포나 여름한정 최애 더페 안티다크닝 쿠션보다 떨어지는 부분은 바로 색상이다. 나는 아짐이므로 잡티가 많지만 좀 옅고 컨실러로 가려지는 스타일의 피부로, 커버력보다는 피부표현력을 아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이 쿠션은 밀착력과 지속력을 갖추고 있는 쿠션 대부분이 그렇듯이 얇게 발리며 그런 고로 커버력은 상급이 아니다. 그런데 피부표현력은 사실 쿠션 포뮬라 자체는 어느 정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 색상이... 색상이 좀 어중간하다. 2호의 색상이 뭐랄까 옐베인 건 좋은데 뭐랄까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약간 피곤해보이게 한달까. 미묘하게 회끼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1호와 2호의 중간 호수를 만들되 은은한 핑베로 만들면 이 문제는 해결될 거 같은데... 뭐 알아서 하시겠지~
여기서 중요한 게 이 쿠션은 자기가 원하는 표현이 안 나올 때 참지 못하고 계속 다시 찍어 바르는 사람은 쓰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 쿠션도 많은 좋은 파데의 특징인, 바른 직후보다 2-3시간 후에 가장 예뻐보이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버력이 없다, 얼굴이 뭔가 칙칙해 보인다고 계속 덧바르면 이 쿠션의 장점을 놓쳐버리게 될 것이다.
고로 나는 이 쿠션으로 전체를 얇게 깐 후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중심부, 즉 볼따구 정도만 더페 워터프루프 쿠션(조만간 리뷰할 생각인데 이거랑 더페 안티다크닝은 거의 차이가 없다) v201로 아주 얇게 덧발라 준다. 그러면 이 쿠션의 장점을 살리고 색상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다. 거기에 진짜 얇게 내 파우더 최애템인 Only Minerals의 마블페이스파우더 쉬머 웜을 덧발라주면 화사해지고 피부가 투명해보인다.
암튼 2호 유저 한정, 색상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으나 정말 공들여 만든 게 보이는 좋은 제품임에는 틀림없다. 제조사가 코스맥스니 너무 긴장 마시고 하나쯤 사보실 만한 제품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것다.
P.S
위에 언급한 온리미네랄의 파우더는 일본 친환경화장품 편집숍인 코스메 키친에서 샀는데 정작 일본 코덕들한테는 너무 하얗게 발린다고(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반톤 밝게 화장하는 일이 없는데다 원래 피부도 우리보다 좀 까만 사람이 많다) 환영을 못 받고 있으나 우리나라 21호 이상 흰 피부 소유자들에게는 찰떡같이 어울리며 성분도 좋으니 일본 가실 분들은 하나 사보시는 것도... 요즘은 일본보다 K뷰티 제품이 더 퀄리티가 뛰어나다며 일본 애들도 한국 화장품을 찾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코스메키친에는 꽤 좋은 제품이 많아 어쩌다 사면 거의 만족할 뿐더러 인생템도 3개나 여기서 건졌다. 그래도 한국 여자들이 워낙 피부가 좋아선지 일본 애들은 맨날 나 보고 화장품 뭐 쓰냐고 물어본다.
P.S 2
다른 리뷰를 훑어보니 이 쿠션이 맘에 안 드시는 분들은 거의 지성 혹은 복합성인 듯. 나는 이 쿠션이 계절을 잘못 맞춰 나온 거 같다. 3월 말쯤 나왔으면 두루두루 딱 좋았을 것이다.
건성인 나만 해도 지금 코에 유분이 뿜뿜 올라와 뾰루지 같은 게 났고 어제는 늘 하던 스킨케어와 CC크림에다 나스 컨실러 발랐는데 다크닝이 왔으니까. 우리나라가 요즘 아열대성 기후에 가깝게 여름이 너무 빨리 오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이 쿠션은 동남아 쪽에 수출은 못할 쿠션이라는 거. 홋카이도 쪽을 제외한 일본 코덕들도 별로 좋아할 거 같지 않다. ㅎ (온도도 그렇지만 습한 날씨에 안 맞을 듯)
이 쿠션은 여름용도 겨울용도 아닌 봄가을용 쿠션이다. 물론 건성 분들은 여름에도 쓰시면 될 것이고 지성 분들은 겨울에 쓰실 수 있을 것이다. 이 쿠션에 실망하신 분들은 겨울에 한 번 발라보시면 좀 다른 느낌을 받으시지 않을까 싶다.
P.S 3 2020.1.31
여전히 너무 잘 쓰고 있는데... 내추럴하면서도 피부가 좋아보이고 다크닝도 없어서 겨울까지 이것만 쓰고 있었고 섀도도 써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실망했다. 하늘 양... 이모 뻘이라 귀여운 동생 내지 조카처럼 기특하게 생각했는데 학폭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