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귀비 핀 밀밭과 온기어린 파우더리
매장을 뱅뱅 돌다 얘를 처음 맡았을 때
*와, 너 정말 정곡을 찔렀어.* 상태가 됐어요ㅋㅋㅋ
기대 잔뜩 했던 와일드 블루벨처럼 허무하지도, 다른 동브랜드 유명 향수들처럼 '좋긴 한데 새롭진 않은' 정도도 아니고, 정체도 모르지만 내가 찾던 뭔가가 갑자기 코앞에 다가와버림
내가 좋아했던 향수들의 매력적인 부분이 여럿 겹쳐 보였는데 그렇다고 복붙 느낌은 전혀 아니고.. 거기에 파우더리 향조에 살짝 거리감이 있던 제게 견문?취향을 넓혀준 친구.
말린 듯 채도 빠진 듯한 탑의 블루베리는 스테파니 브루진 트루동, 안나수이 라뉘드보헴의 그 음영진 프루티함이 떠오르고
파우더리함을 만드는 머스크는 불가리의 오 파퓨메 오 떼 블랑(향경찰이던 울엄마의 시그니쳐 향이 됨ㅎ)과 닮았어요. 숨결과 체온이 잔뜩 들어간듯한 반투명한 머스크.. 그래서 절대 화려하거나 진득하지 않고 오히려 좀 담백하고 정적인 느낌.
그리고 여기에 진짜 초초 미세하게 느껴지는 너티함이 진짜 포인트에요. 이게 향조에서 말하는 밀/보리인진 잘 모르겠지만 그 고소함이 공기 중에 은근하게 남아서
양귀비꽃이 핀 밀밭이라는 이미지가 그럴싸하게 완성돼요.
밀밭 사이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꽃잎 냄새요.
아 조말론 치고는 지속력도 훌륭해요.
얘는 3뿌하면 4시간 정도는 ‘가까이 갔을 때 좋은 향이 은근히 나는’ 향수의 이상향 정도로 남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