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미래의 내 자신을 위해
우연한 봄이다. 적당한 봄 느닷없이 시향지를 받았었는데, 끌로에 향수들은 향조가 비슷한 결이라 콕 찝어 이거 맞다 확신을 못하겠더라... 기어이 이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점 양해 바란다. 일단 끌로에 오 드 퍼퓸은 아님.
아 뭘로 설명할 수 없는 향인데 끌로에 시그니처 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생각하면 됨. 비누향은 물론이고 매양 사근사근한 향이란 향은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발라져 있어 우아하고 온화하면서도 이젠 하다못해 성스러울 지경임.
랑방과 더불어 끌로에 향수 투 탑이 사랑의 불변함을 담은 듯한 향수라 그런지 이 향들을 맡으면 누군가의 추억 속에 사는 어떤 이가 빼곡히 떠오른다. 그러므로 미래의 나를 위한 작은 선물 같은, 타임캡슐 같은 존재. 그리고 과거의 나를 위로한다. 타임머신 타고 과거 여행 가는 기분도 들고. 초반의 향기는 정체성이 희미하며 시간이 흐른 후 살짝은 향이 변주되는데 그때가 딱 끌로에만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향이 내내 밟힌다.
마지막은 잔향이 추억에 머무른 형태로 나직이 울린다. 그 잔향은 불씨의 잔재처럼 희미하게 오래 남는다. 이젠 몇 달 지나 시향지에 밴 향이 사라져 잊혀질 법도 한데 끌로에 고유의 잔향 한 줄기만이 영원하도록 잠식된다. 향기가 없어질 줄을 모른다. 다 좋은데 밑에 한 가지 아쉬움을 물고 오기를 군다. 끝에 다다라서는 사랑의 영속성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서정적이고 아가페적인 향은 좋아서 문제다.
이 향은 아니지만 다른 향을 본품 따로 갖고 있어서 하는 말인데 끌로에 향수병이 유난스레 금속 부식을 달고 온다. 향수 모양의 형태는 변함없이 기억하고 싶어도 본품 사기가 좀 망설여지도록 나날이 심해진다ㅜ 금속성 제품 녹슬어갈 때마다 뚜껑을 잡으면 손에 쇠냄새가 감겨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좋은 향기를 가까스로 붙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러니까 본품 구매로 이어지기까지 수없는 난관에 부딪힌다. 향수 입구쪽도 금속 중독처럼 망가져가거든... 솔직히 현재 쓰는 향의 끌로에 향수도 다른 병에 옮겨 담아야 하나 어쩔 줄 몰라 검지로 입술 톡톡 치게 됨;ㅎ 우선은 쓰게 되면은 장갑을 끼거나 휴지로 덮어 잡고는 있다 하지만... 마음 쓰이면 애틋해질 뿐이라 보내주는 거다. 이건 앞으로의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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