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각을 깨워 향기로워보자
*작년 미니 샘플 받아 써본 게 계기. 촉촉한 하얀 꽃향이 나는데 이걸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그냥 나는 이미지 묘사로 향을 표현해보겠음. 차피 향수는 묘사임.
피오니 앤 화이트 머스크 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말간 향'이고, 구체적으로 표현 길게 잡아두면 밑처럼.
책 종이 한 장 찢어 돛단배 모양 만들어 물 위에 동동 떠가도록 지켜본다든지 또는 그걸로 비행기 모양 접고 후 날려보낼 것 같은 장면이 기억 수면 위로 떠오름. 조금도 불순한 게 없어 클래식한데 완전히 틀에 갇힌 향 같진 않아서.
제가 느낀 한 장면을 도려내어 보기를, 주 배경은 먼 거리에 섬 바다가 은은히 안개 져야 하며 보통은 맑고 다정한 하늘색 하늘이고 그로 인해 눈이 개안하듯 살짝 맑아져 정신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됨. 하늘이 거울처럼 모든 걸 투영할 기세로 에메랄드빛 풍경이 펼쳐지는 시간.
이때,
바람이 시원한데 시원한 정도가 선선한 맑기 느낌. 피부 솜털만 잠깐 몰래 흔들릴 만한 세기가 흐트러져 자연의 내음만이 코끝을 쓰담하는 선에서.
햇빛도 작열적으로 너무 뜨거워선 안 되고 맨살 닿으면 빛이 신체 일부를 손길처럼 따스하게 휘감아오고.
저 아득히 멀리서 흰 닻 올린 돛단배가 희미하게 하늘과 바다 지평선 중심에 누비고. 그걸 고요히 응시하는 한 사람.
그날 입은 것은 청자켓 청바지 흰 셔츠. 그와 함께 하얀 바다를 연상케하는 피부는 당연. 속살 보이게 청자켓 소매 끝 팔뚝까지 걷어올려야 되는데 그 순간마다 꽉 치솟은 혈관이 투명하게 비칠 것 같이 눈부심이 수시로 스쳐야 함. 그리고 동시에 주변 빛이 비눗방울처럼 일렁여야 함. 그토록 분위기가 투명 섬세해야 함. 따라서 모든 순간이 적당해야 함.
(* 그림 속 묘사된 청청 패션은 진청보다는 연청)
이걸 통틀어 인물 한 명 꼽으니까 이미지는 템페스트의 은찬 떠오름. (사실 제 픽이에요ㅋㅋ 예전부터. 제 픽은 틀리지 않아요.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잘 어울리잖아. 로이비 피.화.머 향이랑. 지독하게 잘 어울려서 언급해봄. 낮게 깔린 음색까지 넘 좋게 어울려 로이비 피.화.머 향과 한 몸이 되어감. 음색 미남 감사합니다. 심지어 향이 은찬이 속한 그룹 템페스트의 라이트하우스란 이번 곡 이미지와 찰떡이어서 글에 언급해야겠다 싶었음. 호기심은 달콤하고 위험하지 하는 순정 미남 어떤데...)
순백한 얼굴. 곧은 눈매. 진중한 눈빛. 살짝 수줍은 입꼬리. 생글생글 웃음기 없지만 잠깐의 새 말간 미소가 푸르게 느껴지는. 근데 내면 성격은 말랑 담백한. 나열된 분위기 이대로.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그런 이미지의 누군가가 폼 단정한 청자켓 사이로 품에 꽃을 품고 있을 것 같음. 한편, 수평선 너머 무언갈 기다리는 사람처럼 서 있는 그 올곧음 느낌이 생각나더라고.
피오니 앤 화이트 머스크 향이 생각보다 향이 촉촉해서 붕 뜬 느낌 든다. 욕조에 꽃잎 떨어뜨린 것처럼 물 위로 둥둥 뜬 무게감 드러나 향이 조급하지 않은 여유를 내비치는 듯하다. 일단 깨끗함이 모든 곳에 선명히 깔린다. 향수병마저 순백의 결정체 같으니 말이다. 조용하게 은은한 예쁨이 있다. 거기에 끝향은 또 살짝 시원해져서 예쁨과 멋짐의 사이를 넘나드는 향이 되어주는 것 같다. 향이 흔해보여도 익숙해지면 습관이 되는 그런 향기에 속해보인다. 빛 받은 하얀 향이 선사하는 향기가 평안하다. 어쨌거나 멀리서 보면 좋은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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