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히 돌려 재생산 가야 한다
아무래도 한정판에 눈이 멀어 놀아난 것 같겠지만 뭐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이다ㅋㅋ 눈꽃 디자인이 하염없이 꽉 차 하나의 패턴 무늬같이 둘러싸인 채 섬세한 하늘빛 포장지부터 낭만적인 겨울 색감 향연. 눈꽃이 사르르 흩날리는 듯한 아이스 케이스 버전이 제 눈에는 황홀 이뻤음... 따라서 케이스 디자인+색상 작명 때문에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가 홀리데이 한정판이라니까 제 가슴 속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정의 무엇 팡팡 폭죽처럼 터짐.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에 샀다만 여직 2023 홀리데이 틴트는 글픽 리뷰 등록이 안 되어 마지못해 여기다가 적을게요. 너른 양해를.
딱 보아도 슈가밤 색상은 발색이 여려서 분명 빨간 내 입술을 다 가려주지 못할 것 같아(슈가밤 색은 이뻐 갖고 싶었다...) 기어코 윈터 샹그리아로 골랐음. 사실 후자도 발색이 여리해보이긴 매한가지다. 몇 번 덧발라줄 시 색이 그만큼 또렷해질랑말랑 그러나 입술 좀 움직이다보면 색이 금방 죽음. 쳇.
입술 아닌 살결에 발색했을 땐 과일 담금주에 푹 적셔둔 색 농도가 아렴풋하게 몽롱하다. 달뜬 붉은기가 중채도 은근하게 탱탱해지다 시간 경과 후 묵직하게 혈색을 누르듯 진해지면서 붉디 잘 익은 색감이 착 감긴다. 탱글한 질감 덕에 촉촉하게 절여져 풍부하고 달콤한 색을 더욱 살린다.
정석적인 와인 색보단 채도가 중하게 감돌고 샹그리아 그 열 오르고 알딸딸한 기분, 은은히 정신 멍한 상태를 데이지크가 데이지크식으로 색감 표현 맛깔나게 풀어낸 것 같다. 제 입술이 원체 붉어서 윈터 샹그리아 숙성된 색감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저 그런 흔한 립1이 되어버릴까 하는 건 기우였다. 특유 극도로 미세한 펄감 입자들이 흩뿌려져 부딪히는 치열을 떼도 일렁이는 물광처럼 자글거린다. 고요한 겨울 밤과 잘 어울리는 윈터 샹그리아. 색상 이름도 특색만 쏙쏙 뽑아 구미 당기게 지었다. 여기까진 무한 만족이었다. 다시. 눈물이 메말라간다. 막연히 입술 발색했을 때가 제 고조된 기대감 점점 사그라든 터.
어지럽게 달달한 색감이 어그러지다 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따라 붙는데 일단 이 틴트가 화장품 맛이 나... 맛 없다. 처음만 그렇고 그 뒤로 물컹한 틴트 제형감만 맴돌지 입술 할짝이지 않는다 가정할 경우 그럭저럭 버티게 됨. 그 다음 질감 차례다. 어쩌면 데이지크 색조 특징인가 싶도록, 데이지크 립펜슬에서도 그랬듯이, 유독 부슬거리는 오일감이 바르고 난 입술 끝에도 묘하게 겉돈다. 휴지 갖다 걷어주니 좀 덜하나 입술이 완전히 편한 상태는 못 되며, 입술에 온전히 남지 못하는 형상을 띤다. 미끈한 프라이머 씌운 듯한 질감이 꽤나 길게 질척인다. 이걸 모르는 체하며 견뎌내야지만 말캉 앙증맞은 입술이 감초 역할 해낸다.
더구나 지속력이 약하다. 촉촉 틴트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요즘 대부분의 틴트가 지속력 높지 않게 나오는 추세라 이 또한 그렇다.
예상 안의 범주에서 노는 특성이었으니 그냥, 넘긴다. 좀 섬세하게 발라줘야 하는 립이라 조금씩 따로 밑작업 필요하다. 뭔가 입술이 아플 것 같은 립의 사용감인데 다행히 욱신거리진 않았다. 득보다 실이 커서 데이지크 쥬시 듀이 틴트 라인은 아마 살 일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순식간에 눈꽃이 녹듯 그 허무한 마음 아시나요. 결과물이 색감만 예쁘고 나머진 꽝, 제게는 안 사도 될 립인 걸로 종결될 뻔ㅜ
나도 많이 아쉽다. 덧없음을 느낀... 눈꽃 케이스랑 겨울 한정 패키지만 예뻤던 컬렉션으로 그치던 찰나, 별안간 입술 한번 사망했다가 회복되어가는 과정에서 작위적인 부슬함은 여전히 거슬리지만 꽤나 잘만 바르고 있다. 그래도 이 틴트 장착 하나로 제대로 된 글로우 틴트에 촉촉한 물광 립 오일까지 바른 입술 상태 변신시켜주어 충분했다. 막 롬앤 멜팅 밤 버금가게 찬바람에도 끄떡없을 만큼 보습이 입술 집어삼키긴 좀 가볍지만 나름 적당한 오일 보습이 좀 더 만만하게 쓰기 편했다. 얘로 인해 탱탱볼 비슷한 내 입술 탄성감(?)이 좋다. 쫄깃한 입술 직전 오동통한 입술이 더 탱글탱글 터짐.
... 여기까지 무수한 일들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제법 좋았고요. 아묻따 윈터 샹그리아 색상만 홀로 보면 절대 강추 또 강추합니다.
그냥 좀 짙게 붉은 미지근 색 같아보여도 미묘한 겨울 레드 거기에
포도주 와인 한 방울이 천재적임. 와 진짜 과일주 숙성된 듯한 색이 진한 깊이감 느껴져 그나마 아쉬움 달래준다. 삐아 럭키샤인틴트 아름다운 세상이 얼핏 생각나는 색감류, 나란히 대고 비교는 안 해봤으나 아름다운 세상 색상이 덜 붉지 않을까. 아름다운 세상이 약간 철쭉색 느낌이니까. (확실한 거 아님. 주관적인 생각임.)
홀리데이 에디션이라 한들 올 막바지 12월 끝나지도 않았구만 벌써 재생산 불가 단종 엔딩이라니. 목이 메었다. 살까 말까 이미 후회할 땐 단종되고 리뉴얼되고 없어 결심하며 산 거 진짜 사라졌네ㅋㅋ...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달도 채 안 돼서 끝나는 건 너무해... 윈터 아직 안 끝났다고...ㅜ 이것도 단종이고 저것도 단종이고 이미 나온 색조 멸종 시대에 에뛰드도 리플레이 하는데 다른 곳에서도 리플레이를 어서. 다들 부활 컨셉, 끝까지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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