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시간에도 코 음영 해결 박사
코 쉐딩 브러쉬만 사봤다. 이쪽은 주로 다이소 블렌딩 브러쉬 1500원짜리로 코 부위 대강 해결하는 편이고, 코 세밀 작업은 촛불 브러쉬, 사선 각진 사다리꼴 모양의 브러쉬를 (필리밀리 551 같은 거. but 그 상품은 아님. 다른 브랜드꺼 쓰는 중) 제 음영 굴곡 파내어줄 때 자주 손에 쥠. 때때로 페리페라 쉐딩 증정품 그거 그냥 집에 있으니까 쓰기도 한다. 그러다 도무지 바쁜 날은 과정 다 치우고 신속히 한번에 다 처리해버리고 싶은 마음에 이걸 골랐던 것이다.
필리밀리 857은 코 쉐딩 브러쉬치곤 모가 길고 큰 편이라 코벽 타고 슝슝 쓸어주기 좋다. 아이섀도우 브러쉬로 흔히 보게 되는 성벽 울타리 모양에 살짝 끝이 뽈록 솟아났는데 콧망울 알맞게 오려내듯 섬세한 조각 작업이 보다 수월하게 성사된다. 덕분에
어느 코 부위에 갖다대더라도 잡음 없고 다재다능하다. 뾰족한 부분을 세워서 돌려 상하 운동해주면 눈앞머리 콧대도 콧망울도 만사 오케이.
성벽 모양 브러시 모가 엄청 유연하지 않지만 발색이 밋밋하지 않게 적당히 부들거린다. 그래서 더 좋았다. 무엇보다 음영이 부드럽게 고스란히 번져 코 그림자가 예쁘게 자리잡힌다고 해야 할까. 내가 구태여 힘을 빼지 않고 칠해도 잔잔하게 깔리고 마는 굴곡이 자연스런 음영미를 한껏 더해준다. 여기에 끝을 올려 날 세운 움직임 주어지자 움푹 패인 그늘 느낌도 드리운다. 그대로 마지막에는 턱끝에 브이자로 가볍게 쓸어주고 있다. 그럼 좀 더 턱이 얄쌍 날렵해지는 효과 뿜뿜. 더구나 보이지 않는 눈매 교정에도 은근 유용함.
내가 요즘 잘 쓰는 쉐딩이 롬앤 오트그레인+ 릴바레 쿨시리즈 또는 코에 삐아 피스타치오 (아니면 삐아 쿨박스로 얼굴 다 해결)인데 쉐딩 뭉침 최소한 적게 얹어주거니와 농도 조절도 알아서 척척 걸러내주는 듯함.
설령 이게 자기 코 모양과는 안 맞는 브러쉬라 생각된다 한들 아이섀도 브러쉬나 블렌딩 브러쉬 하다못해 부분 파우더 브러쉬로도 다용도 가능할 테니 하나쯤 사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코드네임 857. 괜찮네 너.
다만 나만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얘가 브러쉬를 잡은 손 쪽의 코 쉐딩은 손쉽게 해결될지라도 반대편은 그리 하기엔 삐끗거림. 예를 들어 내가 왼손잡이라 치자. 코 왼쪽 부분은 거침없이 그리게 되는데 반대쪽 코 오른 부분은 어색하게 칠하고 앉아 있다는 뜻. 다소 웃픈 예상 밖 헤프닝이었지만 익숙지 않아 그런가봄. 앞으로 차차 적응될 거라 여김ㅋㅋ... 깔깔. 아무튼 살살 쓰담듯 쓸어주는 느낌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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