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쉴 음미는 난생 처음인 건가
우와. 올리브영 예정일 선착순 제품들은 다들 얼마나 재빠르신지 내겐 하늘의 별따기에 달하는 성공 확률이었지. 그러나 웬일로 이번만큼은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루어냄. 내심 얼떨떨 신기하다ㅋㅋ... 그 찰나 나 소소하게 기뻤음. 그래서 1900+ 2500원(배송비)값으로 사용해봤다. 본래 본품 세일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인 셈이다. 땡큐.
공식글에서 설명하기를 라벤더+자스민향이라는데 흠 제 경험상 토대로 어딘가 노출되지 않은 스모크향 가늘게 엉킨, 매캐함 (짙은 그늘)에 가려진 달달한 향이 났다. 커리쉴,하면 뭔 흑화된 복숭아도 아니고ㅋㅋ 으른의 복숭아 향기라고 따라붙는ㅋㅋ 언어적 표현과는 안 어울리는데 대충 그런 무게감이 있는 향으로 느껴진다. 혹은 약간 묵직하게 농축된 복숭아 샴페인 느낌도 뿌리칠 수 없는 단내 풍김 같이 와닿는다. 좀 더 풀어서 묘사해보자면, 영영 잊혀질 듯 이젠 아무도 모르게 발길이 끊긴 공방 및 화실에서 케케묵은 먼지 쌓인 협상 깊숙이 넣어둔 옛 복숭아 향수가 문득 연상된달까.
샤워젤 같은 제형으로부터 생성된 거품이 풍성한 편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보니 제법 머리가 길어지면서 더욱이 두피 몇 등분 나눠 샴푸 내용물을 듬뿍 써줘야만 했다. 어설프게 1~2번 양 갖곤 어림도 없다. 흑. 이때 초반은 도중 내 두피 곳곳이 가렵지 않은 듯 가렵기 일보 직전의 아리송한 자극이 일말 끼얹어져서 이 샴푸가 내게서 완전히 편안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쓰니까 그 점은 점점 희미해진 것으로 보인다.
아슬아슬한 과정 넘기고 나서도, 내가 지성 샴푸 아닌 샴푸를 주로 겨울에만 누릴 수 있으니까 이것저것 막 써보고 있다만, 이게 과연 유종의 미까지 거둘 수 있는 샴푸인가 하면 아쉬움이 물 밀려든다. 오히려 이 샴푸 후 머리가 이전보다 좀 부스스해지고 붕뜨는 경향도 간혹 무시 못함. 그리고 샴푸 설명에 일렁이는 수분감을 더러 강조하더만 제 머리칼이 가뭄처럼 메마른 탓일까. 모발 부분에 수분이 촘촘히 채워진 느낌은 안 나타났다. 지성 두피 전용 샴푸보다 상대적 수분감 출렁인다고 한다면야 수긍할 수 있겠다.
최근에 샴푸를 이거랑 모레모 미라클 X2샴푸를 주로 쓰게 되던데 둘 다 세정력은 평범하고 지성 두피 기준 유분 올라오는 속도마저 보통 이하다. 지성 두피에 특화된 샴푸는 당연히 아니다. 잔잔한 머리 감기를 원하는 타입에겐 퍽 괜찮아 얘네 그리 안 될 것도 없다.
참고로 이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올 겨울 엘라스틴 프로폴리테라 샴푸를 썼었다. 그런데 일반 샴푸에 비해 묵직 진한 영양가 먹은 샴푸라서 그런 건가 평소에는 안 그랬는데 왜 하필 운동 시작하고선^^; 그 묵직한 보습감이 땀과 유분에 뒤섞인 노폐물들과 만나 되려 마이너스 작용했는지 두피에 뾰루지가 갑자기 한두 개씩 생겼더라고. 워낙 난 두피 뾰루지 안 난단 말임ㅜ 나빠ㅜ 물론 지금은 바로 샴푸 바꾸고 사라졌다. (장점이 단점으로 되어버린 비운의 케이스... 샴푸 자체는 좋다. 운동 안 하는 날 쓰면 또 무난히 쓴다ㅋ 쩝. 근데 개인적으로 엘라스틴은 인텐시브 데미지케어 샴푸가 가장 좋았음 껄껄.) 달리 저 두 샴푸는 모두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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