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양지에서 휴식을 만끽하며
모닝 오브 리조트 향은 어떤 향일까. 문득 궁금했다. 아무것도 제 귓구멍에 울리지 않는 여유로운 아침, 오늘을 향해 떠오르는 해의 빛을 따스하게 맞이하면서 쨍한 여름과 어울리는 리조트 호텔 창가 바로 옆 흔들 쇼파에 안락하게 기대어 신문이나 책 한 권 펼쳐 들고선 잔잔히 우려난 쟈스민차 한 잔 딱 마시는 느낌의 향,이 물씬 풍긴다. 근데 아침도 이른 아침 말고 오전 아홉 시 정도여야 하고, 점심 메뉴로 맛있는 리조또 먹기 전일 것 같은 시간의 흐름성. 여기에 그치지 않고 뭔가 그 주변에 조그마한 어항이 있으면 더 실감날 것 같아. 또는 흔들 의자 말고 고래 몸집만한 욕조에 뉘여 아라베스크 무늬 잔의 자스민차 즐기는 모습도 비추어지는 듯하다. 어디까지나 향을 시각적으로 나타내자면 일단 그렇고.
상큼달큼한 시트러스 향이 팍 쏘아대는 건 아닌데 로즈마리 향과 무심히 버무러지더니 도중 허브향이 폭염같이 들이닥친다. 약간 의외의 만남이라 양면성을 내비추던 향이었는데 그러다 어느새 침구류 빤 냄새 같은 포근함이 내내 포만하다. 그 더마비 핸드크림 머스키레더 잔향하고 비슷한 듯 옅다. 하필 이 샴푸 해주고 난 뒤엔 그 향이 주를 이뤄 맡아진다. (골백번 되뇌이는 거 보면 내가 이런 향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걸로... 향이 폐쇄적이고 속이 갑갑함. 그리고 좀 침냄새 타액스럽기도 해서ㅎ 순전히 개인차 오류라 여기셈.) 그래도 트리셀의 모닝 오브 리조트는 향이 연하다 못해 이게 공기 냄새일 것처럼 공기중으로 날아가서 견딜 만하다. 또 다시 후각 집중할 땐 자스민 냄새 와락 안겨주니 멈추지 못하겠다ㅋ
여기까지 향 얘기만 늘어놓으며 빗댔다. 향 내는 샴푸인 만큼 향 묘사도 중요하니까. 그 이외 포괄적으로 들어가자면 트리셀 샴푸 답다고 할 수 있다. 원래 트리셀 다른 샴푸 먼저 써보고 괜찮아서 다른 것들 샘플 사본 것이다. 그러자 이걸 써보게 되었고. 트리셀 나이트 샴푸 '미드나잇 포레스트', 물론 직접 산 건 아니지만 운 좋게 받아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일단 지성두피에도 거품이 탄성 절로 나오도록 쏟아져 속이 시원할뿐더러 세정력도 양호했다. 지성 두피의 구원자, 댄트롤만큼 (어느덧 눈 떠보니 댄트롤 샴푸가 내 샴푸 기준이 되어버린...) 세정력이 엄청 좋다까진 아니더라도 적당히 갖췄다. 트리셀의 '모닝 오브 리조트'도 이리 흡사하다마다 단지 아침을 위한 것 모티브라서 그런지 세정력이 한 줌 덜한 듯 가볍다. 좀 더 남김없이 산뜻한 샤워 후의 상태였다.
게다가 트리셀의 '미드나잇 포레스트'가 처음에는 바닥에 짓이긴 풀숲향이 자지러지게 진득하여 욕실에 일정 기간 놔뒀다가 썼었지. 물론 이제는 내겐 저항할 수 없는 향이 되어버렸다... 그와 더불어 '모닝 오브 리조트'는 잘게 빻은 허브향에 가깝다보니 첫사용에도 거침없었다. 곧 향이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거운 느낌마저 한결 가뿐해지게 만들어 진짜 아침에 쓰면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트리셀, 하면 샴푸 용기가 기하학적인 독특함이 외적인 면도 큰 몫을 차지하던데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질적인 면조차 꽤 이로운 소문 날 만해보임. 부피도 작아 욕실 끄트머리에 밀어 안착 왕왕 가능. 한편으로는 샘플 용지마저 잘 만들어 계속 따로 판매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샘플지가 질겅질겅대지 않게만 튼튼해서 여행용으로 갖고 다니기 좋겠다 싶거든. 나이트 버전 샴푸 샘플은 언젠가 여행 갈 일 생길 때 쓰게 보관하고 있다ㅋㅋ 심지어 샘플지 색깔도 이뻐. 그리하여 집에 있는 미드나잇 포레스트 많이 비워 구매할 때가 되었네, 나직이 읊어대본다. 나중에 가죽색 용기로 다른 향들도 더 생겼으먄 좋겠다. 이를테면 무화과향이라든가 아니면 파우더향. 블루베리나 과일향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