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한의 피부 투명도를 끌어올려주는
너무나 좋은 분께서 재작년 말인가 작년부터 96호를 여러 추천해주셨기도 했고 내가 애정하는 뷰티 유튜버 이사배님🌺도 2021 연말결산템에 선정하셨던 액상 블러셔다. 사실 원래는 예전에 그 좋은 분 소개대로 사려다가 가격 보고 급 말았던 건데ㅋㅋ 올영 세일해도 비싸더라 큽. 그런데 집에 젤리 및 크림 블러셔는 뒹굴대도 리퀴드 블러셔는 통 찾아볼 수 없더라지. 꼭 입문하겠다면 영상 화면에서도 맑고 투명함이 돋보이는 잉글롯 블러셔가 최우선일 것 같아 구매해보았다. 근 몇 년간 산 제품들 중에 가장 비싸 눈물 찔찔 머금었단 넋두리는 안 비밀;^^;
96호는 이제 막 생명의 줄기를 벅차고 갓 피어난 생장미를 빻아낸 즙 같은 색감, 이걸 바르면 바를수록 피부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혈색과 뒤섞여 싱싱한 채도감 넘친다. 투명하고 도담한 볼가로 말갛게 마무리되어 가루 블러셔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신선하고 싱그러움이 배로 커짐. 근데 또 묘하게 상기된 분위기가 그 시절 우리들의 첫사랑 소녀같고 어여쁘다. 생장미 갈아낸 걸로 연지 곤지 찍는 느낌.
매트 쿠션보다는 윤기 나는 쿠션에 톡톡 두드려줘야 비로소 제품 색감이 지닌 작품성이 드러난다. 정말 얇고 보송도 없는 립 아닌 이상 이 잉글롯 블러셔 표현력을 흉내내긴 어렵겠다. 역으로 잉글롯 블러셔를 섀도우나 베이스립 겸해서 살짝 살짝 색 넣어주는 편이 낫다 싶음. 특히 96호 색상을 눈 바로 밑 중앙 뺨에 즉시 발라주면 살살 발그레한 데다가 울먹한 눈가 느낌까지 다발로 가져가실 수 있음. 이건 세상 불변한 진리였음. 마치 내 삶이 장밋빛 인생 같은. 그런 색감적인 감각. 하루라도 서둘러 이 아일 챙기세요. 무조건 짝 96호입니다.
겨쿨인 나도 잘 어울렸고, 봄웜 활짝 허용 가능한 여쿨 라이트로 추정되는 화알못 내 베프한테도 꾸밈 놀이 삼아 풀화장해줄 때 겸사겸사 발라주었더니 애가 새삼스레 달라보였다. 허. 참내. 무념무상이던 네 곳에서 청순가련한 느낌이 왜 나는 거냐. 나 미쳤나? 뭐야, 거리면서 몇 년 보던 걔 얼굴이 이상하리만큼 ㅋㅋㅋㅋㅋㅋ 걔가 이걸 알면 깔깔깔 심히 흑심 가득 변태스런 웃음 압권이겠지 다들 쉿... 그러니까 이 흑역사 내막을 쪽팔림 무릅쓰고 발설하는 이유도 내 베프 퍼컬 동지분들께 왕추천드린다는 거지. (근데 겨쿨인 내가 발랐을 땐 따뜻하고 화사하고 부드러웠던 느낌 동시에 일정한 시린 기운도 뚫고 올라옴. 그래서 신기했음.)
무엇보다 퍼프 아무거나 달고 피비빅- 사용해줘도 피부에 잘 먹음. 난 가성비 유명한 다이소 삼각 퍼프 썼었고 꿀성공 압살임. 근데 퍼프로는 너무 여리여리 자연스레 올라와서 쉬이 바쁜 날에는 피아노 건반치듯 손가락 왕복 운동해야겠더라ㅎ
어찌저찌 얘가 품질이 존엄 우수하다 못해 대위엄 및 대적할 자가 흔치 않겠어서 호들갑 난리질 떨었으나 이 녀석도 한 가지 얕은 단점이 있다. 용기 번쩍번쩍은 기대도 안 했고 허접한 건 뭐 그렇다 쳐 제품력에 다 쏟다부었을 거야 그치. 그래 너 다 잘났는데 하아 패키지 뜯고 첫개봉할 적 개봉 금지 부착 스티커가 접착성이 쓸모없이 뛰어나 뜯고 나면 깔끔히 떼어내지 못한 채로 덜렁덜렁 끈적하게 남아 있다ㅋ; 지금 나 장난쳐서 놀리는 거지. 확 재껴 물어버릴까. 이빨 드러내. 세일가 2만원대의 존재가 감히 이런다니 알량한 내 마음이 용서가 안 된다. 황급히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