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습크림 카테고리에서 몇 주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길래 날도 점점 추워지겠다, 또 호기심에 구매해 보았습니다.
제형은 불투명한 연고 형태입니다. 약간의 투명한 기운조차 전혀 없는, 되직한 생크림 같아요. 지성 피부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듯한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지성 피부 소유자로서 제로이드, 피지오겔에서 느꼈던 '나 유분이요' 하는 더마 제품 특유의 진입장벽이 다시금 보였습니다.
두려움을 안고 발라 봤습니다. 흡수력은 의외로 좋았고, 발림성은 딱히 막 부드럽진 않았어요. 또, 두께감 있는 제형답게 백탁 현상이 잠시 동반되는데 슬슬 퍼뜨리듯 여러 번 문질러줘야 했습니다. 근데 이런 인위적인 처리가 덜 들어간 사용감을 오히려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지라, 저는 괜찮았어요. 바를 때 자극감도 없었습니다. 소문대로 순하긴 한 것 같아요.
흡수된 뒤에는 전형적인 보습제스러운 마무리감이 나타났어요. 피부 전체에 끈끈한 막을 쳐둔 느낌이 듭니다. 약간 답답하긴 해도 이런 제품이 춥고 건조한 계절나기엔 필수긴 해요. 그래도 답답함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어요. 디메치콘이 많이 들어간 더마 크림들보다 괜찮았습니다.
처음엔 역시 좀 번들거리는데, 얼마 지나고 나니 표면이 되게 쫀쫀해진 채로 유지돼요. 보습감은 역시 굉장해요. 밤에 발라도 이런 보습감이 아침까지 무리없이 갑니다. (양조절, 레이어링 하면 극건성까지 커버될 듯?.?) 피부 상태가 기름 살짝 진 찹쌀떡이 되는데, 겨울에 베이스 메이크업 전 마무리용으로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마치 제스젭 베어크림과 유사한데, 그보단 더 유분지는 감이 있습니다. 디메치콘 때문에 제스젭 크림은 사용 중단했는데, 계속 써보고도 문제 없으면 얘를 대체품으로 써야겠어요. 이 크림은 제 피부엔 오히려 약간의 진정 기능이 있었습니다.
물론 건성에게 최적화된 사용감이긴 한데, 더마 제품치고 지성이 쓰기 그렇게 까다롭진 않은 크림 같아요. (심한 지성에겐 확실히 비추입니다. 전 지성이긴 한데 엄밀히 말하자면 U존이 수부지/중성에 가까운 지.복합성이에요.) 이러한 크림들의 경우, 속건조보단 주로 겉건조 해소 위주의 목적성과 사용감을 갖습니다. 허나 이 크림은, 겉은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신기하게 속부터 쫀쫀하게 올려주는 느낌이 있네요.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크림 전 단계 스킨케어가 조금만 과해도 유분이 넘칠 것 같습니다. (전 토너-크림만 발랐습니다.) 또, 양 조절도 필수적으로 요구돼요. 저와 같은 지성/복합성이 무슨 젤크림이나 수면팩 쓰듯이 듬뿍듬뿍 발라버리면 대참사 각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에 묵직한 나이트 케어 정도론 써도 괜찮은데, 저같은 피부 타입에겐 역시 좀더 추워지는 계절에 더 빛을 발할 것 같은 제품이에요. (여름엔 전 절대 못쓸듯)
저와 같은, 디메치콘이 안 맞고 스테아릭애씨드 등을 꺼리는 피부타입이 건조하고 추운 계절에 쓰기 좋은 보습용 크림인 듯 합니다. 미네랄 오일이 성분 공포 마케팅의 대표적인 타겟이었다는 건 이미 주지의 사실이니, 이 성분 때문에 사용을 꺼리실 이유는 전혀 없을 것 같구요. 에스트라, 제로이드 등의 장벽/보습 크림류가 잘 안 맞았던 분들이 새롭게 시도해 볼 만한 크림으로도 추천해요. 더마 라인으론 정평이 나 있는 프랑스에서 온 친구라더니, 확실히 제품력이 뛰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