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에서도 향기롭기를
이쪽저쪽 골고루 다 바르고 나선 이 바디로션이 처음에는 어? 복숭아향? 이랬었다. 하지만 복숭아향이라기엔 열대 과일 냄새가 점차 도드라지고, 연이어서 단 무화과향이 무심히도 휘도는데 가까이서 코 박고 맡으면 쌉싸름한 나무 껍질향이 제 호흡결에 배여 시원하게 앞선 향을 전환시켜주었다.
그것이 마치 온천수 스팀 느낌으로 기분을 상기시키기 때문에 샤워 후 이걸 살결에 고루 입히면 투명한 물냄새와 함께 싸하게 퍼지는 단향이 후추향보다는 덜 매운 개운함마저 안겨다준다. 즉시 제 몸을 빙 둘러싸는 습도 살짝 얹힌 감각 마지막까지, 쭉.
이게 잊혀지다가도 끊을 수가 없는 게 이 제품 바르고 난 후에 이것저것 하다 멈추고 있자니 어디선가 묘하게 좋은 향이 나는 걸, 그 향의 시작점을 따라가보면 티블레스 피그피치 우롱티 바디로션을 펼쳐 바른 내 살결에서 흐르듯이 새어나오던 것이다. 잔잔하고, 서서히. 머무른 잔향이 쉽사리 꺼지질 않는데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 일정 시간 지난 뒤에는 적당히 기분 좋게 끝낸다.
제 느낌상 스카이보틀 무화과 라인 덜 달달한 향의 형태라서 느근하기 직전까지 단내가 가시지 않을 정도로 코를 괴롭히진 않았다. 죽죽 에워싸다 증발해버린 향기들에 은근슬쩍 날것의 찻잎향이 엷게 얽혀 한층 더 그와 상반된 매력을 자아낸다. 으레 그렇듯이 우롱티 즐기는 사람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둘 다 달큼한 향 기반이란 건 변함없지만. 더불어 사람 살과 잘 어우러지는 향들이고.)
문득 꽃밭 풍경이 생각나는 단상자와 로코코 양식인 듯 아닌 듯 고풍적인 용기 또한 인상 깊었다. 가격도 할인할 경우 크게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구매 가능하여 마음껏 바를 수 있었다. 잔향이 쓰면 쓸수록 기어코 더 좋아져서 앞으로도 무한대로 꾸준히 비워낼 것 같은 예감이다. 찬기 어린 날 서늘한 바람결에 만나면 잠결에도 더없다. 그렇게 꿈 속에서도 향기롭기를.
--
-24년 11월 25일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