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도치 않은 톤다운 크림
평소 미백에 대한 갈망? 이 있어서 톤업 크림 이것저것 기웃대는 사람입니다.
원래 피부는 19호 정도인데, 톤이 비교적 노란 편이어서 원래 톤보다는 손해(?)를 보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노란 기를 죽이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복숭아 톤을 만들어 준다고 광고하는 이 제품에 혹해서 구매했습니다.
일단 펌핑에 대해 말이 많길래, 저는 그냥 케이스 없이 리필 뒤쪽을 분해해서 사용했습니다. 이 쪽이 휴대는 어렵지만 한번에 원하는 양 써놓고 덮어 두면 되서 좋더라구요.
제형은 광고처럼 밝은 핑크색 톤업크림일 줄 알았는데 상당히 진한 복숭아색 크림입니다. 콜라겐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습성분을 이것저것 넣었는지 뽀송한 제형은 절대 아닙니다. 기름진 편이에요. 뭔가 불균일한 입자도 이것저것 있고요. 복숭아 향은 안 났어요. 화장품 특유의 미향이 있긴 하지만...거의 무향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바르고 나서부터에요. 바르는 순간 복숭아 빛에서 평범한 cc크림 톤으로 순식간에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피부에 얹으면 맑게 발리지 않고 텁텁하게 발려요. 손으로 발라도 된다던데 손자국 남습니다. 브러쉬는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더 자국날 것 같고요. 바르고 스펀지로 불균일한 부분만 살살 정리해주니 좀 낫더라구요.
밀착력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냥 피부에 얹어놓은 듯한 느낌이 강하고, 핸드폰, 마스크에 엄청 묻습니다. 반나절 지나면 픽스될 법도 한데 하루종일 묻어나와서 지워질 만큼 지워져야 안 묻어나옵니다. 피부에 땀 나도 지워지고요. 여름에는 정말 못 쓸 것 같아요. 모공 끼임도 심합니다. 특히 미간, 코 부분은 답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톤업은...19호 기준으로 톤 다운이 되었습니다. 1.5~2톤 정도 다운되는 것 같아요. 제 체감 기준 22~23호가 됩니다. cc크림에다 핑크색 크림을 섞은 것 같아서 복숭아빛이 얼굴에 돌긴 합니다. 백도를 바랐는데 황도가 된 느낌?
다만 이게 쓰다 보니 의외의 장점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피부가 적당히 타서 건강해보이는 효과를 줍니다. 제가 매번 어르신 뵐 때마다 듣는 소리가 얼굴이 허옇다, 창백하다, 아파보인다, 햇빛 좀 쐬라 등등이었는데 이 크림을 바르고 가면 안색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가족들도 덜 허얘져서 생기있어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톤다운 메이크업을 해야 할 땐 꼭 이 제품을 씁니다.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요.
너무 얼굴이 하얘서 주변에서 잔소리를 듣지만 미백은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잔소리도 듣기 싫을 땐 이 제품만한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제품이 마음에 완전 든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필요에 따라 쓰는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