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버블프리의 추억
1. 친환경의 끝!
펌프형태의 제품이면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철제 스프링이 없는 메탈프리 펌핑용기(2022년 리뉴얼된 용기라고 함)를 보자마자, 포장지만 재생지를 쓰고 친환경 컨셉을 홍보하는 다른 회사들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철저한 고민과 수준높은 성과가 느껴져서 매우 놀랐다.
이러한 제품 용기에서 말 다 했는데 제품 포장지나 분해가 잘 되는 플라스틱 소재 등을 추가로 언급할 필요가 있겠는가.
2. 약산성의 끝?
투명한 젤 제형에 녹차잎 알갱이들이 섞여있는 풀잎 향이 나는 제형임.
물을 묻히면 하얗게 변하지만, 다른 약산성젤들처럼 몽글몽글 거품이 오르지는 않음.
그러나 클렌징젤의 미끄덩함은 물로 헹궈낼수록 보드라운 매끈함만 남기고, 거품을 확 걷어낸 제형덕분인지 피부자극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세정력 역시 개운하고 세안후에도 편안한 피부촉감이 좋았던 편.
3. 기발한 컨셉의 끝
개인적으로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부터는 대중사우나를 못 가게 되었는데,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사우나에 대한 갈증을 캐치해내었다는 점에서 반은 먹고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한증막의 증기로 온 몸의 피로를 싹 풀어주는 사우나를 떠올리면서 세안을 한다면 그냥 세안을 할 때보다 더 개운한 느낌이지 않을까?
4. 컨셉에 잡아먹힌 젠더리스
남여공용이라는 익숙한 용어를 놔두고 젠더리스라니.. 이퀄베리 브랜드의 세계관 중 하나로 보면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이 제품을 보고 젠더리스를 떠올릴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직은 좀 이르지 않을까 싶다. 즉, 버블프리(와 클렌징젤의 사이에 있는 이 고유의 특징)가 젠더리스와 동급으로 이해되기 위해서는 더 개성있는 버블프리(에 가까운) 클렌저들이 개발되어서, 사람들에게 '젠더리스'도 버블프리의 하나의 단면으로 인식되는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은 이 제품이 남성에게 소구하려면 '젠더리스' 슬로건보다, 패키지와 제품용기 성분까지 모두 아우르는 '친환경' 컨셉이 더 효과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5. 달콤쌉싸름한 버블프리의 추억
거품이 거의 없는 걸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아크웰의 버블프리 클렌저가 떠오르기도 함.
본인이 약산성 클렌저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기에 써보았었던, 거품도 나지않고 심지어 하얗게 변하지도 않던, 그럼에도 놀라운 세정력과 자극없는 이 경험은 여태
다른 브랜드들에게는 마이너한 장르로만 취급되는 것 같았음.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이퀄베리에서 (아크웰처럼 제형의 변화조차 없는 완벽한(?) 버블프리는 아니지만) 다시 만나게 되어 놀랍고 반가운 기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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