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보습광에 입술이 환상적 녹아내려
*좀 길어요 글이. 좀 많이. 많이 많이.
기쁘다 롬앤 오셨네. 제 입술 취향 판도를 뒤집은 대박 사건. 왜? 지극한 개인차로 인해 입술에 뭐가 느껴지는 걸 기피하는 성향이 지녔다. 심지어 립밤 바르는 것도 입술에 닿는 감각을 꺼려지나 입술 건강을 위해 불가피하게 쓸 뿐. 그러니 자연스럽게 플럼퍼 기능 들어간 것들 안 쓰게 된다. 딱히 제 입술 더 키울 필요도 없고. 하지만 세상에 예외란 있는 법. New 롬앤 글래스팅 멜팅 밤을 통해 새삼 배웠다. 아 나는 도톰한 두께감이 있는 립일 거라면 입술에 고스란히 착 하고 붙는 쫀쫀한 제형이어야지만 이런 유형이라도 좋아할 수가 있구나. 이로써 알았다,가 한끗 차이로 비로소 앓았다로 바뀌는 순간임.
(나... 쫀쫀함을 되게 좋아하나? 끈끈한 그런 거 말고. 드디어 내게도 정착할 립마스크 생겼는데 바로 더페이스샵 비타민 립마스크라고, 얘도 이에 해당함. 쫀득하게 입술을 부둥켜안는 그 맛. 착착 붙는 맛. 이니스프리 그린티 립밤도 이래서 무지 좋아했었음. 아 그랬었지! 이거였지! 해본다. 그동안 감춰지던 새로운 취향 발견함ㅋㅋ 결론이.)
롬앤 특유 띵한 디자인에 새초롬하게 얄따란 케이스 형태에 가려져 좀처럼 안 드러나던 촘촘한 윤기들이 겉보기엔 늘 그랬듯이 늘 하던 대로 흔해보였다. 요즘 널리고 널린 숱한 글로우 립들 중 하나겠지. 그러나, 맨 입술에 마구 부비면 반딱빤딱한 광이 출렁이며 그 일렁이는 영속성에 가둬버린다. 입술 바른 색감이 끊임없이 희미해져도 느물대는 광은 하염없이 요동친다. 그것도 광 흐르는 감촉을 입술에 억지로 껴맞춘 느낌이 아닌 본인 본연의 입술에 알맞은 모양과 입체감을 매만져주는 데다가 다듬어진 광으로 무장한 한 겹 두른 모습이 고도의 자극적이라. 한마디로 광에 사활을 건 립밤 같음🤜🤛
옥구슬 굴러가는 유리알 광택을 넘어서는 도자기 바탕의 표면에 유약칠 바르는 것처럼 가려진 입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립임. 죽 물줄기 광 폭탄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탄 감각이어서 입술이 봉긋해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유난히 겨울 찬바람에도 꿋꿋하게 버티는 보습감이 입술 압살함. 가을 들어서자마자 계절 신고라도 하는지 입술이 미친 듯이 메말라가던데 이리 버석해진 입술도 보습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에 한순간에 탱탱한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줌. 그렇게 겨울조차 칼바람에 입술을 구하소서.
철벅한 물기 진 상태는 겨우 벗어났지만 자칫 끈적할 것 같은 눅진한 느낌 아예 배제할 순 없었다. 묵직한 보습광이 묵묵히 입술 감싸주거든 그게 과하지 않고 입술 맵씨만 온전하게 살려주니까 되레 긍정적이게 다가왔다. 따라서 입술에 멜팅 밤을 꾹꾹 눌러가되 가만히 입술 온기에 녹여주면서 펴발라야지 진득한 광택감이 오롯이 밴다. 컬러 밤 색깔이 시간 경과 후 가실 땐 그 위로 톡톡톡 두드리듯 색 더해주면 처음 립 올리던 원상태로 돌아감. 무작정 그냥 일반 립 바르는 식으로는 이 아이 특색이 안 드러나 컬러 립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에 불과해지므로 꼭 체온에 살포시 녹여 발라줄 것. 누누이. 그러니까 나 또 말해요. 꾹꾹 눌러 발라요 꼭꼭!
■ 13호 스카치누드. 절대 강추. 내 연인템. 내 인연템. 제 남몰래 피워본 사랑템. 천생연분템. 몰라 걍 다 갖다 붙일래ㅋ 바르자마자 얘 단종 금지,라고. 그 까닭은 천상계 색감. 꼭 지구인의 절반은 좋아할 것만 같은. 눈물 나도록 안성맞춤형 색상임. 그냥 이 색은 위화감이란 게 없음. 쌩얼에도 잘 어울려 화장해도 잘 어울려 아주 고냥 만능열쇠 립 도깨비 방망이 뚝딱임. 모처럼 곁에 찾아온 가을의 계절을 알리는 소식통 말린 장미 가을버전 색이라고 해야 하나. 아 그대로 매장 달려가 보셨으면 좋겠는데ㅋㅋ 움 달콤하고 부드러운 레드브라운 맞음. 그래서 브라운기가 깊은 누드누드감이 물들어 색이 되게 진할 것 같지만 워낙에 립 종류가 멜팅 밤이라 물기 밴 맑은 광택감 돋아나 좋은 그윽함만 살리고 텁텁함은 퉤 뱉어내버린다. 손목 발색만큼 어둑어둑하게 자리잡을 기색도 안 비침. 더구나 얠 켜켜이 색감 쌓아두면 발색이 점차 짙어지는데 그럼에도 민낯과 동 떨어진 어색함 안 보임. 와우. 오직 아랫입술 씹어먹고 싶게 통통하게 입술 살집이 차오른다. 그런다고 진짜로 잇자국 내면 치아에 도장처럼 다 묻어나오니 조심ㅜㅋㅋㅋㅋ
여러분 제가 이걸 좀 더 추천해도 될까요?ㅋㅋ 진심 보이는 대로 탁하거나 어두침침하지 않음. 궂은 탁기 내다버린 맑은 레드 이 과는 아닌데 그을음같이 그을려진 분위기 한 점 없이 무진장 때깔 고운 색이었음. 붉은기 몰린 입술을 한결 중화시켜주어 잠잠하고 차분한 중채도 혈색만 예쁘게 자리잡힌다. 왠지 이 아일 바르면 제 홍조도 절로 필터 씌운 듯 톤 보정되는 변신이 신기함. 민낯에 참 안정적임.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매일 손에 달고 살까 봐. 롬앤 멜팅 밤 특유 볼륨광이 스카치누드 색감과 만나 입술 곡선 아름다움도 돋보이게 해줘서 아주 마법 같은 색감이 되어줌. 이제부터 니가 내 행운의 색깔. 이러고 다닐래ㅋㅋ
■11호 버피 코랄. 그. 아시죠? 롬앤은 색감에 진심인 걸. 코랄빛은 거의 한 방울 두 방울 톡톡 떨어뜨린 색감이고 누디함 한가득 휩쓸어 곧 있음 온데간데 없다ㅋㅋ 그마저도 눈물 한 방울만큼 보일까 말까. 이것도 좀 어두컴컴할 것 같지만, 아니 스카치누드보다는 탁기가 더 발현되긴 하다만 상상했던 것보다 은근 잔잔하게 맑게 올라가되 발색도 전혀 진하지가 않다. 근데 이게 안 진해서 좀 안타까울 정도로 색을 안 내비친다. 원래부터 발색이 연한 감도 있거니와 한번 음파 하면 색이 사라져 죽음... ㅋㅋㅋ... 없어요 아무것도. 그러다보니 물기 어린 광 촉촉함 말곤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 그래도 물방울 광택감만 건진 게 어디냐, 하면 할 말 없고.
하지만 원하는 베이스 립 바른 그 위로 묵직한 버피코랄 에워싸면 가지런히 올라간 색감들이 무게감 있고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좀 우유에 젖은 밀키함이 들어간 듯한 카라멜 색감 덕분 마치 우수에 젖은 눈...이 아니고 우수에 젖은 입술이 되어버린, 이 애가 추구하는 잔잔함이 좋다. 검질기게 진득하고 응어리진 뭉근함과 참 잘 어울리는 색상이라 해야 할까. 특히 버피코랄 먼저 툭 얹고 스카치누드로 화룡점정 찍어도 찰떡 궁합. 에뛰드 글로우 립스틱 카멜리아 휩 다음 롬앤 버피 코랄 둘러도 이쁨 주의.
그나저나 이 라인 리뉴얼 약간 새롭게 단장했단 말이 있다. 광 차오름?하고 발색감이 이전 호수에 비해 좀 더 개선되었다고 하는 것 같음. 맞죠? 그 전꺼는 안 써봐서 모르겠고, 11호 버피코랄은 발색이 입술에선 미약하더만 그럼 그동안 얼만큼 멜팅 밤 발색이 미적지근했던 거냐... 지금 버전 취향저격 당했으니 잠자코 즐김.
아 색상 베일드로즈도 누드 청순함 끝장판이더라. 크.
롬앤 글래스팅 멜팅 밤 대강 틀만 잡아주고 클리오 립펜슬로 입술 가장자리 살짝 고쳐만지기 떡지지 않고 순탄하여 바지런히 손이 가는 편. 아무리 촉촉립이라 한들 입술 각질 탈피 수준으로 관리 필수임. 그리고 얘, 입술 주름 아예 숨겨주진 않음. 개인적으로 입술 주름도 하나의 매력이라 보기에 내겐 괜찮았음. 선명히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니.
일단 길길이 날뛰는 입술 건조함 폭주 안 하는 것부터가 제일 좋게 느껴져서ㅋ 입술 주름까지 세세히 파고드는 보습감이 더 장점으로 와닿아짐. 오히려. 번외로 달큰한 복숭아 향이 입술을 감싸안는데 시각에 이은 후각 마지막도 이 립의 완성도를 층층이 매듭지어 안겨다주지 않나 싶다. 뭔가 누드와 한 몸인 것처럼 어우러지게 겹쳐지는 전개감이랄까. 그에 반하여 비누향은 좋아하지만 비누맛이 났다면 뒤로 까무러쳤을 듯.
별점 5점은 주긴 하나 그 와중에 한켠 걸리는 점들이 존재한다.
1. 날 풀리면 녹을까 봐 걱정. 느슨한 온도감의 바람만 닿아도 제형이 짓이기며 무르는 느낌이라... 그땐 진심 냉장고에라도 넣어두어야 하나. 이 생각까지 든다니깐. 양도 그만큼 한번 쓸 때마다 훅훅 닳음.
2. 이런 립의 크나큰 취약점. 바로 지속력. 행방이 묘연한 지속력이. 초연한 태도로 미련 없어짐. 얘한테 지속력을 버린 지 오래. 다만 전속력을 다해 열렬히 바를 뿐이다.
3. 흐느적흐느적 물러터져 유약한 제형 때문에 약간 닿아도 죽는 병 재질. 안 내용물 한꺼번에 확 꺼내면 사망할 수 있음. 절대 얼마나 남았나 끝이 어디까지인지 판도라의 상자 열지 마셈. 얘는 부러지면 다시 붙이기도 쉽지 않아보임.
4. 입술 건들면 안 됨. 조심. 옷 묻고 머리카락 붙고 입술 자국 증거처럼 남겨질지도 모름. 그래서 비교적 장시간 나가 있을 땐 바르기가 좀... 스트레스...
5. 입술 각질을 잘 불리는지 립밤 두툼하게 바르고 관리해줘도 얘 바른 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잠든 입술 각질이 깨어나. 전날 밤 립밤 바른 입술 답답한 거 참고 견딘 시간이 무색하게도. 또 다른 의미로 대단함ㅋ 롬앤이 약간 이 제형 비슷한 걸로 립 마스크 하나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얘기가 그쪽으로 흐르게 되네ㅋㅋ... 하긴 유려한 광이 수놓아져 집에서만 바르긴 아깝긴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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