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고전의 미학에 빠뜨린
드디어. 클리오 립펜슬 출시되자마자 그날 호라락 결제 카드 발동. 사진보다 실물 크기가 워. 길다 길어. 다 닳기까지 적지 않게 쓸 것 같다. 이것저것 테스트 좀 해보느라 좀 늦었다. 사실상 약 한 달 기다리고 곧장 산 것만큼은 기대 못 미치는 감상에 두고 두고 쓰길 반복하면서도 확신이 잘 안 섰다, 몹시도 이 제품에 대한. 그러다가 심이 깎이고 마모되면서 점점 기다린 보람을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참 뚝심 있게 연필 모양을 고집하여 일일이 깎아 쓰는 수고로움이 따르긴 하지만 살며시 고전의 미학이 엿보이는 품질이 돋보인다. 옛날에도 아시다시피 얇은 색조 펜슬로 립펜슬 입술선 땋아 입술 확장 및 입매 교정시켜줬던 걸로, 최근 다양성을 추구함까지 더해져 좀 더 체계적인 립 펜슬로 발전한 시간의 흐름성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우드 타입이라 꽤나 길쭉한 펜슬이 지지대 역할하듯 단단하게 지탱해줘서 흔들흔들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다. 공중에 힘이 빠지면 답이 없잖나. 뾰족한 곳을 원하는 부위에 정곡 찔러 슬슬 문질러주면 입술 살점 아픈 거 없이 스르르 색감 그러쥔다. 무릇 부드럽게 번지는 질감이 미술용 파스텔 크레파스보다 더 여리여리하게 무르다. 펜슬 발림성이 이 정도면 굉장히 우수한 쪽에 속하는 것 같다. 돌려 쓰는 펜슬이 아니고 깎아서 쓰는 우드 형식의 립펜슬이라 좀 딴딴하고 푸석거릴 줄 알았는데, 전혀. 이 아일 마주한 첫인상 때도 제가 고대한 만큼 그에 준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발림성 하나만큼은 연신 고갤 끄덕였으니 아무렴 말 다 했지.
아울러 개수 당 펜슬 깎이 들어가서 매우 좋았다. 하나 잃어버려도 또 있으니까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전부 눈 깜빡 속아줄 수 있는 여유분 덕분. 쓰다 보면 빡빡한 질감과 상반되어 은근 금방 닳는다니까. 옆에 펜슬 깎이 두고 있어야 속 편함.
얄따란 립펜슬이니만큼 입술에도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미처 놓친 부분마저 살살 다듬어주며 조각해주고 클리오 립펜슬만의 색감으로 입술 외곽색을 빚어내는 이 과정이 물 흐르듯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완벽에 가까이 미끄러진다. 숨겨진 제 입술의 특색과 정교함을 살리고 싶을 때 클리오 립펜슬이 이리도 제 역할 튼실히 해줄 거다. 지속력은 다소 약한 듯싶다. 아이 펜슬을 입술에 립 펜슬처럼 쓰는 편이 더욱 오래 갈 듯.
더군다나 딱히 전색상 모두 감각적이고 감동적인 색감은 아닌데 나름 카페 인 러브 에디션답게 카페와 어울리는 색감이 딱 봐도 그득하다. 따뜻한 코코아색 텐 브라운 등 색상에 대해 이런저런 말 덧붙이고 싶으나 말이 길어질까 봐 이만 생략하며. 색들이 밑트임 라이너 겸 써도 될 만한 그윽한 느낌이 감겨온다.
제 경험담 한에서 이걸 단독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서도 이보다 두께감 가진 립펜슬들 먼저 입술 곡선 대강 잡아준 뒤 클리오 립펜슬로 제 맞물린 입술을 세밀하게 매만져주기를 훨씬 추천하게 된다. 간만에 제 입술 보듬어주는 립펜슬 잘 만난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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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구매 고민 중인 립펜슬은 바닐라코랑 더샘만 남았다. 어흑. 다이소껀 지금 당장은 못 살 듯싶다. 지금도 충분히 많아. 그런데도 립펜슬은 왠지 모르게 야금야금 사게 된다. (필히 내용물이 굳지만 않는다면) 립펜슬은 두고 두고 쓰게 되니까.
* 클리오 쉬폰 틴트2호 초코 뭐시기랑 클리오 프로 싱글 섀도우 (펄펙션, 핀라이트, 스틸뮤트, 바이올렛판타지 등)는 위시리스트 살포시 넣었다가 삽시간에 다른 브랜드 색조들이 막 눈물같이 터져나와 그만 포기해야만 했다. 우선순위 밀려남. 꼭 사고 싶은 건 아님.
* 페리페라 스피디 펜슬 아이라이너 3호 밀크티브라운 또는 4호 소프트애쉬 중 살까 함. '눈 점막'은 웨메 펜슬 아라가 좋으나 좀 다른 질감의 색감도 써보고 싶어서, 클리오 샤쏘심은 개인적으로 제품력 만족스럽진 않고... (쏘내추럴 픽스 아라는 색이 넘 진한 고동색, 에스쁘아 브론즈 페인팅 아이 펜슬은 심 두꺼워서 집 근처 나갈 때 아니면 손이 안 감. 웨메 펜슬 아라가 짱인 듯 아직까진.) 아. 5호 트임 로지도 발색 테스트해봐야겠다.
*이니스프리에 쉐딩 출시됐길래 당장 사러 간다. 피넛브라운이랑 그레이브라운 두 개 모두 눈여겨보고 있다. 웨메 쉐딩 말고 또 살 만한 쉐딩이 나타나다니👍 (이글립스 쉐딩 01 진저슬림핏 너무 잘 쓴 나머지 힛팬 직전인데 아예 브랜드 단종이라 대체제로 좋을 것 같단 느낌이.) 동시에 블러셔도 나온다 해서 플러피핑크, 샤이애프리콧, 라이블리코랄 구경하러 가야지. 하이라이터는 핑크펄이라니까 별로 안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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