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달우드 향기로 내 길었던 하루
올영 샘플. 성능은 기대하지 말고 향만 오롯이 느껴보라는 평이 은근 많던 제품. 그렇지만 샌달우드의 향내를 낱낱이 맡아보고 싶었음. 너는 어떨까 궁금하잖음. (비에) 젖은 나무 냄새가 퍼뜩 솟구친다. 그것도 활활 타다 픽 식어버린 젖음 말이다. 좀 더 향 자세히 묘사해보자면, 불에 탄 장작 나무껍질 냄새인 듯 곧이어 물 팍 끼얹어 불씨 다 꺼버린 장작 연기 냄새로 흐른다. 이와 비슷한 제품으로는 헉슬리 블루 메디나 탠저린이 있다. 여기서 탠저린 상큼한 내를 뺀 무채색의 매캐함만 남아 있다. 샌달 우드다운 내음, 그게 9할은 된다.
+) 중간에 타입넘버 핸드크림 윈드 스테이 향이 주는 선선한 바람결 냄새도 일부 포개어져 코끝을 스쳐감.
샘플 열어보고 났을 때도 그 냄새가 주로 진동하였다. 안 내용물을 두 손바닥으로 고루 발라줄 시간동안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우유 섞인 머스크향이 났다. 그 향이 내겐 취저였음ㅜㅜ 반했어. 나중에라도 그 향만 따로 출시해주시면 안 되나요...? 흑. 그 포근 우유향? 우유 머스크향에 기분 좋게 어지럽다가 막상 머리 말려주고 나선 우드 향이 강해서 머리칼에 코 박고 킁킁대지 않는 이상 그 향은 홀로 가려진 채 희미하기만 할 뿐이었다ㅠㅜ 제품을 통해 맡을 때랑 다름. 실제로 제 모발에선 그 합친 향 느낌이 잘 안 산다. 그게 적이 아쉬웠다... 지금 이대로도 좋은데 여기서 우드향이 딱 한 방울만큼만 풍겼으면 좋겠다ㅠ (뭐랄까 향을 그린 그림으로 치면 커다란 메마른 나무 그림자에 하얀 눈이 잡아먹힌 느낌임. 혹 나무 전체와 나무 그림자 형태가 모든 걸 바람결 냄새 감각조차 덮침. 눈과 바람 그리고 나무 삼박자 조합은 너무 아름다운데 말이야ㅜ)
그럼에도 한 제품 안에 부드러움과 매캐함이 향기 공존하니 은근 매력적이었다. 주변을 파고드는 깊고 고요한 공기 냄새 방울방울, 문득 생각날 것 같은 향임. 몰라 나는 그랬어. 그 조합 분위기가 상상 고조되어 마치 어딘가에서 뉴진스의 디토란 노래가 유유히 흘러나올 것만 같아. 그러다 문득 살끝이 차가워 후후 입김 불면서. 이젠 롱테이크 샌달우드향 맡을 때마다 디토 허밍 부분이 생각나게끔 마음 공허히 후벼판다. 얼핏 헌 종잇장 냄새 같기도 하고 그냥 나무 관련된 추억 물건들은 다 끄집어내 생각나게 돼. 단지... 단일 샘플로만 사용 그쳐서 시작만 하다 끝나버린 기분이 드는 거 있지.
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평범했다. 유분기 들어간 제형이 모발 끝에 조물조물 만져주며 발라주기 퍽 나쁘지 않았다. 또 떡지거나 기름지게 느껴지진 않아 이 겨울 날씨에 바를 만했다. 아아 향도 겨울 생각이 나네~ 나 미쳐. 그리고 이걸 쓴다고 해서 젖은 머리는 물론 마른 머리조차 쑤욱 잘 빗어지진 않았음. 그냥 향수 대신 향 내는 용도로 쓸 법함. 미치도록 향 지속력이 은은하게 오래감. 적어도 이걸 바른 하루는 쉼없이 향이 공기 틈을 비집고 새어나온다. 이 향 디퓨저나 방향제로 나와도 괜찮을 듯. 향이 찬데 따뜻한 분위기가 좋음. 발향력도 독하지 않게 좋고.
번외지만, 샘플지 디자인 뭐야? 롱테이크 샌달우드향이랑 환상으로 잘 어울림. 샘플지가 딱 샌달우드 분위기 그 자체여서 여러분들도 샘플지로 챙길 수 있으면 최대한 구해보세요. 브랜드가 샘플지 1인1공급 해줬으면 하는 정도로 뜻깊었다. 마지막, 브랜드 이름도 갠적으로 좋았다ㅎㅎ 또 보고 싶다 롱테이크의 샌달우드
++) 22.1.30추가: 아니... 머리 여러 번 감고 난 시점에도 알게 모르게 너의 향이 나는 거 뭐냐 대박이네... 향이 안 센데 은은 은밀하게 되게 오래감. 감긴다. 나. 너. 제발 이 향기로운 머스크향 따로 출시 부탁을 흡 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