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품이 아니라 스타일링 제품임
이 제품은 쓰기 나름입니다만, 헤어손상 방지용 영양제로 쓰기에는 좀 난감한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몹시 사랑하지만 사실 효과의 궁합 면으로는 좋았던 적이 거의 없는) 되직한 버터 타입은 분명 사랑스럽습니다. 되직하게 떠올리고 난 후 체온으로 금방 녹아드는 제형도 좋고 달달한 코코아넛 냄새도 사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엄청 묵직하게 올라가서 떡집니다. 소량을 손바닥에 덜어서 거의 다 녹인 상태에서 살살 빗어줘도 '나 뭐 발랐수다' 티를 팍팍 냅니다.
그리고 이 제품을 바르고 난 후 저녁에 머리를 감을 때 물방울을 다 튕겨냅니다.. 여름 장마에 모발이 젖지 않도록 방수하라는 뜻인가?! 싶을 정도로 모발을 엄청 튼튼하게 코팅합니다. 실리콘이 나쁘다고들 마케팅을 많이 하는데.. 이 정도의 코팅력이라면 천연 버터라고 해도 동일한 해악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제품의 효용은 딱 하나, 무게감 있는 스타일링 입니다. 하드나 왁스 대신에 젖은 머리 효과를 적당히 내면서, 하지만 인위적이고 딱딱한 느낌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컬링 효과를 주기에는 적합합니다. 샴푸잉은 최소 2번을 해야 벗겨낼 수 있을 정도로 모발에 단단히 코팅됩니다. 때문에 사용할 때 절대! 네버! 두피에 닿지 않게 해야할 듯 합니다.
젖은 머리에 전체적으로 도포하고 드라이를 하고 난 후 만져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난감한 마무리감을 선사합니다. 마치 바비인형 가발을 만질때처럼, 굉장히 이질적으로 뻣뻣하게 코팅되고 부드럽지 않게 뻗쳐있는 머리.. 중력을 거스르는 힘이 느껴집니다 ㅋㅋ 자면서 베개에 이리저리 눌려서 칠랄레팔랄레 뻗친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물에 적셔봐도 코웃음을 치면서 물기를 튕겨냄..
제가 간신히 찾은 용도는, 잔머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마지막에 가볍게 스타일링 하는 용도입니다. 손바닥에 소량을 넣고 아주아주 정성들여 잘 녹인 후에 잔머리 부분을 쓸어주고 다시 빗으로 빗어줘야 그나마 자연스럽게 도포됩니다. 그래도 잔머리를 완벽히 잡아주지는 않고 젖은 머리 뻗치는 느낌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오다가.. 모발에 다 흡수되고 나면 젖은 느낌이 사라지면서 약간 자연스럽게 됩니다.
실제 용량에 비해 거대하게 제작된 용기도 내키지 않고(이중용기임.. 자리만 많이 차지함) 저는 거의 반값에 가까운 세일가로 구매했지만, 정가는 물론이고 세일가로도 재구매의사가 제로입니다. 누가 선물로 준다고 해도 정중히 거절할 생각입니다.
이 제품을 잘 쓰실 수 있는 분은
1) 모발이 얇고 가늘 것 (하지만 숱이 적으면 안됨)
2) 곱슬을 강조하기 위한, 컬링제품으로는 적합
이 정도이고, 저처럼 모발이 두꺼우면서 곱슬이 고민인 분과는 맞지 않습니다.
빨리 해치우기 위해 헤어팩으로 왕창 쓴 다음에 샴푸로 씻어내는 방법도 고려해봤는데.. 이 단단한 버터 코팅을 벗겨내기 위해 샴푸잉을 오지게 해야할 생각을 해보니 몹쓸 짓이라서...
적당히 기회를 봐서 슬쩍 버려야겠습니다 ㅠ.ㅠ
부디 마케팅에 쉽게 현혹되지 말고
내게 꼭 필요한 스타일링 제품인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쿠푸아수 버터라니 뭔가 대단히 신비롭고 신박한 미지의 성분 같지만 그냥 잘 녹는 시어버터와 크게 다를 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