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겨울이 나였으면.
겨울에 쓰려고 여름에 도브 바디워시를 샀다ㅋㅋㅋ... 그냥. 그렇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여름에 쓰긴 무리일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보습감이 막연하게 무겁지 않아 그렇게까지 나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건 그렇고.
날씨가 부쩍 쌀쌀해져서 지금 막 넘치게 비워내고자 한다. 초대용량 6천 원대 갓성비 한 줄기 그 자체라 양 팍팍 써도 부담이 없다. 거품 부풀어오른 향이 깊고 풍성하게 호흡을 옭아맨다. 광막한 공간에도 짙게 에워쌀 것 같은 향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동시에 달콤한 젖음에 녹아내린다. 향이 빠지고 난 후에도 은근하게 생각나서 참으로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가 없다.
어쩌면. 향이 끝나지 않아요. 샤워하고 나면 향이 잠시 머물다 간다. 쟌향으로부터. 향기로운 설렘, 살결의 그윽함이 머무른다. 그땐 휴식의 향이라 여겨도 되겠다 싶도록 죽 나른한 분위기가 쉬엄쉬엄 쉬어가는 향이 되어주기도 한다.
따뜻하고 포근한 내음 한바탕에 몸을 노곤하게 적시고, 거품 목욕 같은 구름 샤워가 잠 자기 전 오늘 하루 마무리를 달콤하게 채우고 달콤하게 씻어내린다.
이 향이 겨울엔 이리 달콤한 하루를 선사해줘도 열대야 무더위 속엔 좀 속이 뉘엿거려 숨이 조여올 것 같은 느낌... 언뜻언뜻 풍성한 샴푸향 같아서 머리에도 써보고 싶어지는데, 이만 참을게요. 그 외 사용감은 지극히 평범하여 뭘 말할 게 없다만, 보습이 진하며 전신에 거품 바다 한바탕 휩쓸고 가면 그리 남는 무언가는 없다.
이 바디워시 라인에 코코넛밀크, 피치, 유자향 등 많다. 다 궁금 궁금. 내심 기대 기대. 화이트피치향이랑 같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써볼 생각은 있어요. 겨울마다 이거 다른 향을 한번씩 껴안아보지 않을까. 이번 겨울은 도브 시어버터, 너다. 그리하여 나의 겨울은 너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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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2월 2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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