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 간 파데브러시는 얘로 끝
납작 붓이 평평하게 사각지고 매끈하게 빠졌다. 처음에는 화방 미술 도구 냄새가 무럭무럭 나기에 세척하고 사용해줬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유화용 물감 붓 냄새라 여기면 된다.
유화용 붓 같이 생겨선 집에 있는 파데란 파데는 최대한 얇게 피부 위로 올라간다. 힘을 들이지 않고도 붓 끝에 파데를 속까지 먹여 들어가게만 해주고는 피부 결 따라가면 된다. 참 쉽다.
그런데, 그 쉽다는 것이 완성도 높은 피부 표현마저 손쉽게 다가오도록 해준다는 거에 그 어떤 것도 안 아쉽다. 날렵하고 얄따란 스파츌라 솜씨를 뒤집고는 한 겹 더 덜어진 가벼움이 닿아졌다. 이건 뭐 환생 브러시인가. 죽은 파데도 살린다는 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 보이는 게 맥 안 끊기고 옛날 파데들 고리타분하게 두껍고 무거운 느낌 싹 정리하고서 착실하게 밀착시켜줌. 무심히도 촘촘하게 모공 빈틈을 덮어주는 섬세함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완전히 화실 미술도구 같은데 얼굴 피부에도 착 하고 잘 먹는 게 신기하다. 붓 전문성은 화홍이... 내 얼굴이 도화지가 되는 마법... -> 전문적인 손놀림이 필요없다. 나도 할 수 있다 <- 이게 무한 가능. 내 손 마수 안 됨, 일단락 이게 어디냐. 구태여 길들일 것도 없이 결 곱게 빚은 피부 표현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고르고 얇게 밀착된다는 거지 그로 인해 무너짐이 막 이쁘다까진 아닌 것 같음. 그렇지만 심히 허물어질 만한 무너짐을 마주한 적은 아직 크게 드리우지 않았던 걸로. 세미 매트한 듯 쫀쫀한 베이스와 무척이나 잘 어울림.
한편, 잘 굳고 잘 갈라지기 때문에 매번 세척하고 써야 하는 편. 그건 그거대로 감수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적이 중요한 날엔 쓰고 싶어지는 나만의 비법과도 같은. 너. 그나마 모 빽빽한 파데 브러시는 아니라서 세척이 비교적 수월함.
이리도 일개 붓이 아닌 일등 붓...이 아닐까.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다방면 훌륭하지 않나 싶다. 머지않아 화홍 258 컨실러 브러쉬도 살까 봐요. 사실상 화홍 브러시만 써도 베이스 메이크업은 다 될 듯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