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의 반짝임만 남길 거면
부디 아름답기를 바라야지. 1호 소다 문. 하늘색 연유 색감이 마구 입술에 흩뿌리자 하늘한 빛이 은은한 물기 흘리듯 유영한다. 그것이 마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색을 연상케 하며, 제법 맑은 하늘빛 글로스립이 반투명하거니와 입술 결까지 비치는 우윳빛 투명함이 빼곡함. 또한 소소한 펄 반짝임이 소란스럽게 일렁인다.
1.
1호 소다 문이 우윳빛 하늘색이라는데 미술 물감 도구 같은 립 케이스로만 봤을 경우 얼핏 그런 것 같지만 완전한 하늘색 립은 아니고 탄산 음료 밀키스같이 밀크 소다색을 띤다.
막상 입술에 한 겹 올리면 밑색이 거의 도드라지지 않았고, 몇 겹 쌓은 것처럼 도톰하게 발라도 여린 화이트 스카이블루 색상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이어서 물 흐르듯 발라, 서서히 소다 문이 선사하는 은하수 필터를 장착해보면 어떤 립이든 색을 뭉근하게 중화시키는데 한층 더 은밀하고 여릿한 색 표현이 피어난다. 만약 반질반질한 유리 사과가 있다면 딱 이러지 않을까 싶도록, 무심하게 진한 레드립과 조합해보니 유리사과 립이 되어버린다.
말린 장미립과 섞이고 나선 유리 장미처럼 색이 몽롱하게 되어버린다. 적포도주빛 레드립도 뽀용 밀키 레드로 바꾸어주는 안개 필터 색이 맑은 듯 맑지 않아.
더 나아가 색이 또렷한 페리페라 잉크 무드 글로이 틴트 어쩔체리 색상마저도 소다 문을 만나니 살짝 얼린 포도 색감이 되는 동시에 부연 느낌이 휘덮는다. 이처럼 은하수 필터 낀 듯 모든 것이 다 소다 문에 동화됨.
2.
여기까지 보면 표면적으로는 이상적인 느낌인 듯해보이나 상상의 하늘색까진 가닿지 않는 은은 밀키한 색감이 퍽 얼룩지게 발릴까, 어떻게 바르냐에 따라 '뽀얗다'와 '허옇다'로 한 끗 차이가 갈릴 것 같음. 자칫 입술 표현이 눈송이가 내려앉은 듯 허여멀겋게 뜬다고 해야 하나. 제대로 줄타기함.
문문해보이는 제형이 수분 함량은 높은 듯하지만 은근 뭉텅이로 빡빡하게 올라감. 그로 인해 이 립을 바를 땐 입술을 조각하듯 더욱 꼼꼼하게 매만져줘야 한다. 으깨지듯이 우윳빛 제형을 꾹꾹 눌러 조금은 스며들게끔. 이 립 포션 자체가 바르기 쉬운 유형은 아님...
꼭 눈 서린 느낌 안 나게...ㅋㅋㅋ 살살 아기 달래듯 어루만지다시피, 알록달록한 색들도 얼룩덜룩해지지 않게 조심. 그러지 않으면 얼룩진 분위기 나도록 안개에 휩싸인 듯 희뿌옇게 가린다. 잘만 바르면 연약해도 온화한 색감이다.
우윳빛 펄 밀도감은 더없이 잔잔하다. 달빛 필터 장착한 것처럼 은은하면서 존재감은 확실하다. 정착할 만한 립이기엔 무언가가 확 끌리는 건 없었음에도 푸른 펄 등등 별자리 수놓듯 무수한 펄 빛남이 입술 전체를 온전히 차지한다. 운 좋게 립이 잘 먹어들어갈 땐 입술에 별빛 하늘이 펼쳐진다고 해도 크게 무리수는 아닐 듯. 제품명대로 밀크 펄 글로스가 맞긴 함ㅋㅋ
다만 코 박는 거리에서 보면 오로라빛에 가까운데 희미한 빛 흔적만 남김. 입체적인 빛 반짝임은 좋지만 립 글로스 펄 표현으로부터 길게 오로라 구경 가능하진 않다.
3.
한편. 립 플럼핑 때문에 살짝 매운기가 있음. 입술 문대면 얼얼함.
그 대신 이윽고 따뜻함이 아늑히 감싸온다. 보통의 플럼핑 립들은 시원하게 화하더만 얘는 알게 모르게 뜨끈뜨끈함ㅋㅋ... 입술이 뭉근하게 약불로 끓고 있는 감각이 치밀어올라. 체온과 동떨어진 온도감이 크게 안 느껴져 외려 겨울에도 무난하게 바를 수 있겠음.
(제형만 두고선 겨울에나 바를 것 같은 글로우 립들 중에 플럼핑 립이라고 하는 것들이 입술 시린 느낌이 강하기라도 할 땐 밖에 나가면 오한이 돌아 속눈썹 부르르 떨리도록 추워 입술 파르르 떨림ㅋㅋ 와들와들 시려서 미모사처럼 오므라드는 입술이 꾹 맞물림.)
4.
단, 한 가지. 지금은 모르겠으나 내가 살 당시만 하더라도 가격이 막... 딱 한 번 세일이 14000원대, 평소 17000원대? 이래서 할 말 잃음. 눈 딱 감고 살 만큼 막강한 퀄리티로 다가오지도 않은데 온화한 색에 악당 못지않은 가격... 소다 문 기준으로 하였을 땐 가격 대비 좀 잘 모르겠는...?
따라서 가격이 좀 과한 느낌+ 은근 시간 걸리는 립 사용감+ 입술 움직이면 바로 사라지는 지속력+ 플럼핑 립에 손이 잘 안 가는 1인으로서, 비싸서 다음이 망설여짐. 전체적으로 사진용 립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 반짝반짝하긴 한데 화보용 립에 그치는 그런.
얼터너티브스테레오 하면 코코밀크잖아요. 단, 지속력이 일 초도 안 된다 그래서 살말 고민만 하다 끝났던 것 같음ㅋㅋ;... 그러다 펄 글로스 버전이 나오고 디올의 그거와 비스름한 소다 문 색상이 나를 멈추게 하였다. 아무도 모르게 현혹 당함. 그리고 다소 예상이 가듯 소다 문 색상도 자잘한 펄 반짝임 흐름까지 지속력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
천사색에 악마 가격... 견딜 수 있다면 사보는 거고. 은하수 반짝임 무수히 쏟아짐, 문턱까지 오가는 건 얼추 가능하니까. 우윳빛 수분이 잠영하듯 입술을 가르고. 화실에서 볼 만한 미술 도구 케이스가 립 제형과 안 맞는 것도 아니어서 메이크업 결과물은 그럭저럭 무난함.
소다 문 샀으니 됐고, 핑크 문/ 라벤더 문/ 누가 문 전색상 다 처음에는 살 의향이 충분했으나 막상 소다 문 써보고는... 잊혔던 듯. 내게는 한낱 반짝하고 끝나버림.
드디어 이 제품 리뷰 끝내는구나. 몇 달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이 립은 날이 좀 더 추워지면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겨울에 더더 써보고 이 글의 끝을 맺어야지 했었거든요ㅎㅎ...
*25년 1월 31일 리뷰
*1호 소다문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후기라서 색상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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