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는 제품 썼다가 한 번 뒤집어지면 얼굴부터 목까지 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붓고 시뻘겋게 벗겨질 정도로 예민한 극민감피부인데, 그동안 써 본 밤 타입 진정 크림 중 가장 극적인 진정효과를 보여준 크림.
겉으로 보기엔 재생연고st 밤 타입이어서 꾸덕하고 뻑뻑하게 발릴 것 같지만 막상 바르면 번들거림 전혀 없이 매끈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질감. 하지만 촉촉하게 흡수되는 게 아니라 겉에 막을 씌우는 제형이라 낮에 바르면 절대 안 되고, 스킨-로션 단계에서 유수분을 확실하게 채워줘야 한다. 처음에 제형만 보고 가벼운 수분세럼 하나만 썼더니 새벽에 피부가 바싹 마르면서 슬슬 간지러웠음.
제형이 워낙 무거워서 지성보다 건성에게 추천한다는 리뷰가 많은데 오히려 유분기를 잡아줘야 하는 지성 피부에게 적합하고, 속당김 심한 수부지-건성이 쓰면 무조건 건조할 제형. 데일리용 크림보다는 쉽게 뒤집어지는 문제성 피부가 긴급 진정용 나이트 크림으로 하나씩 구비하고 있으면 좋을 제품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특장점은 여태까지 유명한 진정 / 장벽강화 크림은 전부 써 본 중증 아토피 피부인데 딱 1회 사용 만에 붉은기가 완전히 가라앉으면서 다음날 일어났을 때 톤업 크림 바른 수준으로 어마어마하게 뽀얘진다. 웬만한 미백 기능성 / 잡티 완화 화장품을 썼을 때보다 피부톤이 환해지는 효과가 훨씬 드라마틱했고, 확실히 기존 시카보다 피부 자생 효과가 더 강력한 성분을 썼다는 소구 포인트가 납득되었음.
다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제형. 건성용 리치한 크림, 그리고 클렌징밤의 묵직하면서 미끌거리는 텍스쳐를 만들기 위해 활용되는 '세틸에틸헥사노에이트'가 무려 세 번째로 많이 들어가서 크림이 아니라 거의 클렌징밤을 얹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이런 제형을 선호한다면 문제 없겠지만, 모공이 잘 막히는 피부에겐 극악의 포뮬라. 실리콘막을 씌운 듯 피부 위를 겉돌면서 문질렀을 때 때처럼 밀리는 제형의 크림을 싫어한다면 절대 사지 마세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