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 없어요st 향
아니 너? 올리브영에 입점되었더라고? 때는 12월초. 마침내 포인트로 사봤었다. 스너글 시그니처향 '허거블 코튼' 즉, 하늘색 병이 속칭 빨래 냄새 또는 포근 비누향이라 젤 유명하더만 내 글픽 팔로워분들 사이에서도 호불호 꽤나 갈려서 어디선가 시트러스 계열 향+ 라벤더+ 바젤+ 약간의 살냄새 섞인 향 같다고 살포시 듣던 '블루밍 부케'가, 입실. 곧장 내 방으로.
하. 빨강빨강 핑크핑쿠에 곰돌이 진짜 적당히 귀여워라. 설레게. 이그. 쪼만한 통이 이렇게 귀여울 일이야?ㅠㅠ 플라스틱 입구 뚜껑이 달그락달그락, 몹시 연약 허접한데 어이 곰돌 참으로 네 얼굴 보니 견딜 만해. 섬유 탈취제가 보통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ㅋ 단숨에 놀랄 만큼 저세상 지속력인지라ㅎ 수시로 뿌려대곤 했거든 얘는 그래도 최소 한 시간은 거뜬히 넘기는 것 같다. 막 길게 길게 가는 스타일 것들과는 달라도 잠깐의 탈취제 역할로는 가뿐하다.
스너글 뿌리면 강제로 마법의 성에 잠든 마법의 공주가 되어버림. 어느 성벽 높은 곳의 혼자 남은 공주의 향이 공주공주하게 풍긴다. 다디달거나 습한 향과는 이질감 들 것 같으나 플로럴향이 샤랄라 풍겨 단내가 일말 존재하는 듯하고, 촉촉한 내음이 부드럽게 흩어져 습도가 한 줌 간지럽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주의 향이라 불렀다 해서 통통 튀고 귀여운 향이라기보다 가녀리고 은은 은밀한 향? 디즈니 공주 중에선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런 쪽의 공주 계열 향스럽다. (왕자를 기다리는데 막상 왕자는 없음 계속 안 옴 내 왕자 어딨나요? 나 홀로 공주~ 이 처연한 느낌.)
희귀한 향과는 거리가 멀어 소스라치게 놀랄 향기까진 아닌데 이건 이거대로 적이 무난하더라고. 사뭇 방향제나 옷 탈취제로 적당하다 정도였음. 라벤더향을 주 베이스로 깔고 파우더리함 등 여러 섞인 향이 소소하게 퍼뜨려져나간다 보시면 되겠다. 온호프 쏘 희도 그렇고, 내가 피오니? 다우니 향? 그런 향 들어가면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중에 블루밍 부케향은 그 향이 아예 배제되진 않았을지라도 그것보다 더 풍부한 향들이 펼쳐져서 암 오케이. (온호프 쏘 희는 첫향은 맡을 만했음. 잔향이 그 향 재질처럼 느껴져서 웁스.)
다음은 향 세기와 지속력 차례다. 개봉 즉시날에는 알코올 향이 좀 세게 코끝을 스쳤다. 시간이 퍽 경과된 지금은 평탄하다. 경험에 이르러 옷에 향기가 머무를 시간에 그리 지독하지 않은 잔향을 머금고는 은연히 길게 제 곁을 맴돈다.
위를 제 덧붙은 풀이대로 요약해보자면, 매혹적일 듯 따스한 부캐 가진 블루밍부케는
1.용기가 작고 귀엽다.
2. 부드러운 플로럴 향이 지배적. 그래서 공주향?
3. 방향제, 탈취제, 섬유유연제로부터 맡아볼 법한 꽤 흔한 향.
but 향조가 단조롭지 않다. 나름 부드럽고 포근한 내음.
4. 향 자체는 강하지 않음. 지속력 평타는 침.
: 뿌린 직후 처음은 사람마다 살짝이 독하다 느껴질 수 있어도 시간 좀 두고 두고 잔향이 배이면 은근 괜찮음.
다시 돌아가서 향이 향기롭네 막 그렇게 좋다고는 말할 순 없겠다며 결론 지으려 했었음. 그런데 이 향 은근 꽂히는 시점이 있다.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는데, 아니 사랑은 숨길 수 있어도 사랑의 향은 숨길 수 없는 거야 뭐야. 사랑하는 향을 맡는 순간 코피나는 거 맞나봄. 정확히는 뭐라 콕 찝진 못하겠지만, 이 향에 집중하고 숨 쉴 땐 음 모르겠고 돌연 무의식 호흡하게 만들 땐 킁킁킁 어디서 향기로운 말소리 안 들려요? 코트 펄럭일 때마다 향이 소난스레 파고들어서 이거 뿌린 사람 겉옷 속에 파묻고 소곤소곤거리고 싶어진다. 냅다 허그 유발 생성하는 순간이 왜 생기는지 소름... 나 이 향 좋아하냐.
그리고 남자한테서 이 향이 새어나와도 미치지 않을까 나란 여자는 그런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엘라스틴 프로폴리테라 샴푸의 향이 그러한데 그 향을 맡고는 당연히 여자한테 어울리지 싶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좀 달랐다. 실제로 남자가 썼을 때 훨 매력적+ 따사로운 감정의 소유자처럼 반전 매력으로 살리더라. 이것도 그와 좀 비슷한 유형이었다. (물론 향에 성별은 없겠지만서도 떠오르는 분위기와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더구나 스너글의 블루밍부케는 선한 인상의 포근하고 다감한 사람에게서 날 법한 향 같으면서도 또 그렇지만은 않다. 상견례 프리패스상도 좋은데 날티나거나 상견례 문전박대상이 얘 쓰면 반전매력으로 아주 더 좋음ㅋ 냉미남이 이거 뿌린다? 그날 즉시 손잡고 혼인신고서 쓰러 가야 함. 응. 여보.
마지막으로 집에서 빨기 어렵고 매번 세탁소에 맡겨야 하는 옷들에 뿌려주는 역할로도 잘 쓰이니까 한번 사서 써보는 것도 나쁠 것 없다. 큰 용량은 아직 과하다 여겨져 휴대하기 좋은 소용량 샀더니, 딱 좋다. 다만, 잘 상할 수 있는 제품 삘이라 간수 잘해야겠다. 변질 될랑 말랑 위태위태함.
✖‼️※아! 생활 꿀팁. 패딩 점퍼에는 섬유 탈취제 안 뿌리는 것이 좋다. 방수 효과 있는 옷들 특히 주의.‼️✖
/아무 말 대잔치 주의/
어느 날 어떤 시 올영 qna 보다가 발견했다. 스너글 아 허거블 코튼 향이 TBZ Q... 음료수 쿠우,도 아니고 내 남자의 친구 동갑내기 뀨의 일상 픽템이었다니 나 왜 이제 앎? 각박한 현실에 절여져서 진짜 몰랐다. 스스로 알아서 사놔서 다행이네ㅋ 쯧쯧. 역시 덕후는 어쩔 수 없이 티가 난다요. 덕후 태가 난다. 흫. 이거슨 운명인 게야. 스너글은 이제부터 나의 빛템이자 소금템... 너는 내 빛과 소금... 그저 돈 뿌려 나만 빚 내면 됨... 막 이래. "블루밍 부케" 다 쓰고 "허거블 코튼" 막 들어갑니다. 드뎌 남은 건 그이만 쓰면 되는 일이다. 쥬얀아 너도 그만 스너글에 스며들어라. 서로 하나의 향기가 되어보자. 이거 숨쉬면 우리 사귀는 거다? 미친 척해보게. 미친 척 웃어볼래.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어요 병 도져서 그럼. 이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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