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 향수 버금가는 내 안에 퍼퓸
차차 내 몸에 부작용 없이 잘 맞는지 사용 시간을 늘려보고 있다. 이 제품으로 인해 살갗이 아리거나 두드러기처럼 짓물리는 현상은 아직까진 없는 것 같음. 포엘리에 이너퍼퓸은 진즉 알고 있었던 터라 언젠가 사볼 의향은 있었고, 여기 향 종류가 누글누글 진한 초콜릿 향부터 섬세하고 색다르게 다양하던데 마침 집시 에디션(?) 하면서 순정 만화 그림체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더라고. 그림 속 남주가 내 최애 닮았다 내 최애다 (근데 권태기 옴. 이러다 탈덕하겠어.) 기껏 최면 걸고선 아름다움에 심취한 그림 한 장면을 담은, 비비한 향기로움, 그에 따라 선연한 상상력에 전면 몰두된 내 모습을 볼 수 있음ㅋㅋㅋ 순간 펼쳐지는 가시적 형상에 나 절도함. 밖에서 포장지 곽까지 통째로 들고 다니기엔 여주를 향한 지독한 남주의 손 위치가 참, 네. 저는 순수 결백하고요. 무튼 오드비쥬란 향이 매일 쓰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상당히 호감적 인상을 받았음.
오드씨엘 향은 어디서 듣기론 더블유드레스룸 에이프릴 코튼과 향이 유사하다기에 내가 이 향을 내 가까이 달고 살고 싶을 만큼 썩 거리낌 없는 냄새는 아니었어서 오드비쥬 총 낙찰한 거라지만 너무 잘 산 듯!ㅠ 애초부터 난 오드비쥬만 바라보고 있었지 품절 안 풀려서 내내 기다렸다. 하필 또 택배 배송도 새해 연휴로 나 징하게 버텼음.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스트롱 장미향'이라더니 향 맡아보니까 그 말이 단숨에 이해가 감. 웬만한 이름 있는 향수 못지 않게 향기가 골고루 풍부하고 농밀하게 부드럽다. 기품있는 파우더리한 바닐라 내음이 중심을 잡고 살결에 퍼져가는 동안 제법 적절히 버무러진 농염한 장미향과 함께 달콤한 복숭아향 한 방울 살짝 떨어뜨려 공기를 휘감는 고풍적인 향이 전혀 단조롭지 않고 작위감도 없으며 어딘가 우유향처럼 부드러움. 뭐니뭐니해도 부드럽단 단어를 가장 먼저 붙여버리게 되는 포근한 이 향이 어쩌면 일부러 코대고 킁킁 맡을 시 약간 속이 느글대거나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음. 나도 내 취향의 향이긴 하나 길게 흡입할 경우 좋긴 좋은데 좀 속 울렁이고 어지러움. 옅게 나도록 약간만 바르고 내 몸에 방향제 달고 있는 중이다 생각하면 한결 덜함.
한 방울만 속옷 또는 하의 복장에 뿌려줘도 향이 진하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용량이 작다 한들 굳이 많은 양을 쓰지 않아도 됨. 아니면 개봉시 얼마 안돼서 그럴지도. 이런 류는 장기적 건강에 위험할까봐 그날만 돌아오면 티트리오일 원액 한 방울 똑 떨구어 쓰곤 해왔었는데 이제껏 왜 이너퍼퓸을 쓰지 않았는지. 티트리오일은 너무 그 특유 티트리 냄새라 가끔 뻘쭘할 때가 있다. 어쨌든간에 포엘리에 이너퍼퓸을 통해 삶의 질이 주기적으로 향상되는 듯한 기분을 좀 받음. 아니 이 이너퍼퓸은 향이 안 유치하고 아담하고 휴대하기 좋아 미니 향수 대체로 써도 무방하다. 다만 단점을 꼽자면 포장지 및 설명서 곳곳에 중국어가 써져 있어서 중요 부위에 쓰는 것이니 괜찮을까 우려됐었는데 일단 찜찜했지만 생산지가 국내 지역이라 명시되어서 심리적 안심을 갖고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 생각하며 꾸준히 애용하려고. 중국 뭐 이런 걸 떠나서 이런 류의 제품을 자주 쓰는 것이 아예 사용 안 하는 것보다 몸에 좋을 리가 없겠지만 사회 생활 하려면 혹시나 1퍼센트의 그 냄새 때문에 (그냥 내 정신적 압박감일진 몰라도 항상 불안함. 여성분들은 알 거임.) 안 쓸 수도 없는 무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네...그래서 그날 아닌 이상 되도록 다른 부위에 써주려고 함. 아무리 익명 공간이라도 내가 이런 세세한 얘기까지 해야 하나 싶긴 한데ㅋ 이제 더 이상은 노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