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도 맡아본 적 없는 향
첫향은 알싸한 향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쌉싸름한 핑크페퍼의 향조는 뿌린 직후 10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르륵 사라지고, 그 뒤를 알데하이드와 코튼의 부드럽지만 가벼운 베이스에 미세한 들꽃향이 얹혀서 풍긴다. 어딘가 새틴의 질감이 떠오르는 향이다. 아주아주 부드럽고 매끈한, 손가락을 감고 흘러내리는 새틴, 그 비단의 감촉. 어두운 색이면 좋겠다. 밤하늘을 닮은 짙은 남색이나, 짙은 보라색. 그런데 옷감이 얇아서 하늘거리는 그런 향조.
포맨트의 보랏빛 일색의 향조설명을 너무 집중해서 읽어서 그런걸까. 그런데 광고톤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뽑았다. 겨울향수라고 하면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을 무심코 기대하게 되는데, 이건 아니다. 그런 향과 비교하자면 가볍다. 가볍지만 새틴이다. 새틴은 겨울에 입어줘야지. 시간이 흐르면 샌달우드의 낮은, 바닥에 깔린, 은은하게 섹시한 향이 감돈다. 티나는 섹시함 말고, 은연 중에 속눈썹에서, 보조개에서 풍기는 그런 섹시함. 어디서도 맡아본 적 없는 향이다. 그리고 가장 늦게 그리고 오래 남는, 부드럽고 포근한 머스크 향이 샌달우드에 슬며시 스며든다.
포맨트 공홈의 상세설명은 정말 감각적으로 이 향수를 풀어냈다.
설명을 보고 끌린다? 그럼 사라. 후회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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