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은 몰라도 보습을 기대하지 말 것
옛날에 여름에 손이 심하게 트고 허물이 벗겨진 적이 있었는데, 계속 손을 써야 하니 방치하다가 증상이 심해져서 쓰게 되었던 핸드크림입니다.
사실 핸드크림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게, 손에 덜었을 떄는 젤 상태고 펴 바르면 보습 성분을 조금만 넣은 물처럼 제형이 금세 바뀝니다.
워터드롭 제형이라고 해서 물방울이 맺힌 뒤에, 물 제형 토너를 손에 던 것처럼 변해서 바로 스며들었습니다. 바르는 순간은 진짜 물 같고 문지른 뒤에야 촉촉해집니다.
제형이 제형이다보니, 사실상 보습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3~4번 덧바르니 그제서야 손 갈라짐이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보습력이 없다고 너무 왕창 짜서 바르면 워터드롭이 엄청 맺혀서 아래로 물이 뚝뚝 떨어져서 당황스러운 적도 있습니다. 한번에 왕창 바르면 흡수도 잘 안되고 딱히 보습력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씩 여러 번 발라주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보습이 미미하다 보니 다른 핸드크림에 비해 굉장히 헤프게 쓰게 됐습니다.
대신 끈적임도 거의 없다 보니, 바르고 나서 바로 필기구를 만지거나 타자를 쳐도 전혀 기름지지 않았습니다. 그 점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향은 좀 센 편이었는데, 서양 비누 냄새(완전 아이보리 비누랑 비슷)였습니다. 올리브영 클린 웜코튼과 비슷한 향을 기대했는데, 사실 그것과는 많이 다른 좀 독한 비누 향이라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막 베이스노트로 가면 향이 변한다~이런 것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향이 납니다. 그래도 시원한 계열 향이라 여름에 쓰기에는 문제 없는 향이었습니다. 그리고 클린솝은 다른 데메테르 핸드크림보다 향이 좀 강했고 오래 갔습니다.
지금은 리뉴얼되어 쿠X에 파는 것 같긴 한데 옛날 제형과 지금 제형이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