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럴 순 없잖아... 사랑해요
좀 여름에 쓸 만한 바디워시 찾다가 원씽 신상인지 우연히 보고 구했다. 남성용이지만 남성이 아닌 내가 좀 써봤다. 아 가족이랑 쓸게요ㅋ 원씽 브랜드는 원료 성분 하나로 승부 보는 곳인 걸로 아는데 (아닌가요?) 향을 이렇게 매력있게 잘 뽑아내는 곳일 줄이야...! 와우. 이 순간 재발견감이다!
은은한 우드향+ 포근한 바닐라향+ 프레쉬한 베르가못향, 이라고 못 박아뒀던데 샤워 시간이 두근두근 기다려지는 이 순간에 심취하게 된다. 내가 감히 향 표현하기도 벅차. 퍽 진득하게 버무려진 바닐라 머스크 냄새가 묵직하거니와 살냄새처럼 은밀히 살결을 그러안는데 은근한 코코넛향도 빈틈을 살살 파고들더니 묘하게 달달한 커피향이 입혀지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향기로움이 고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음 그래, 방탄 커피 특유 허기 지는 풍미가 넘실거린다 해야 할까. 자판기 커피보다는 그쪽에 치우친 결 냄새 자국. 좀 더 농염 농밀한 향이라서 말이야. 떫지 않되 엷은 온갖 우드 냄새가 텅 빈 고요함을 관통하며 미처 다 게워내지 못한 텁텁함을 빼주는 듯함. 느끼함을 최대한 덜어내 헐거워진 각설탕 같은 단내가 살내음과 미묘한 줄타기를 오간다. 외관만 봤을 땐 차분한 흙향이나 중성적인 향에 그칠 거란 한계를 뛰어넘었다. 콧속이 헐도록 자꾸만 바닐라향이 솟구쳐 피 거꾸로 솟듯 자꾸만 취할 뿐이다.
몇 달째 맨날 구운 아몬드를 간식처럼 챙겨 먹고 있는 이 상황에 이거 샤워 싸악 해주고 나선 이불자리 위에서 아몬드 오도독오도독 까먹으면... 바디워시의 바닐라향과 아몬드 냄새가 뒤섞여 기분이 흐흐흐, 다. 그러니까 보송보송해진 발가락 꼼지락대며 손바닥에는 바디워시항과 아몬드 향의 조합. 최고의 휴식이다. 향기는 기분도 중요하니까. 그의 향이 빙빙 돌고 내가 돌아버려요.
나직이 고백하건대 여자가 써도 기분 좋은 향이지만 여자인 나는 내 남자가 이런 향 나면 어지럽도록 환장하지 않을까 싶다. 몰라 적어도 내게서만은 이 향 쓰는 남자한테 첫인상 호감 가질지도 ㅋㅋㅋ 그윽한 눈빛에 댄디한 스타일의 멋진 남자가 생각나는데. 아니 어떤 스타일 상관없이 무조건 눈빛이 깊어야 한다. 그리고 그 눈빛 시선이 나로 향하여야 한다. 두 가지 전제 조건은 틀림없이 들어맞아야 됨. 대뜸 상상해봅시다. 내가 나를 끌어안고 자고 싶은 향. 뭔지 알죠. 이 제품 향이 딱 그런데, 어떤 그가 나를 애착인형처럼 포근히 껴안고 나란히 누워 있어 근데 살내음 같은 이 향이 침묵을 깨고 밀려드네? 제 머리칼 위로 헤집어 돌고래떼 유영하는 듯한 그의 손길 잠자코 느껴질 때면 나는 그만 졸음이 솔솔 와 잠들어버리는... 지금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평화로운 꿈의 시간이었습니다. 천국이었습니다. 낙원이었습니다.
그냥 제 최애돌 주요니한테서 이 향이 났으면 좋겠네요ㅋㅋㅋㅋ
나 뭐라는 거야. 그 이제... 여기서 스카이보틀의 무화과향까지 소소하게 곁들여지면... 완전히 사로잡아 소리없이 사로잡아, 체크메이트를 실현시키는 거죠. 왜요. 이런 제가 무섭나요? 투명히. 사심이라도, 진심이잖아요. 순수하게. 그저 향이 좋아서 이 좋은 향이 좋은 사람한테서 났으면 하는 그 마음만큼은. 다름이 아니고 그냥 제 최애로 냉미남 아우라 속 온순한 성격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보여 덧대어봤어요. 냅다 좋은 건 다 최애랑 연결짓는 덕후의 삶을 들여다봤다 부디 여기세요ㅋ
향은 집어치우고 촉촉한 수액 못지않은 제형이 실로 가볍고 후딱 거품 목욕해주기 괜찮다. 거품도 소복하게 가뿐하고. 사용감은 일반 향 나는 바디워시와 비슷하다. 제품 용기색도 눈이 편안하다. 향만큼이나 제품력도 무난해서 또 쓰고 싶어질 것 같아요. 다 좋아요. 이 분위기 그대로 이 향으로 핸드워시도 만들어주세요. 기다릴게요. 배쓰밤도. 향수도. 또한.
아 그리고. 원씽 포맨 올인원 데오 워시 상품 화보에 나온 남성 모델분. 당신 이름은 뭘까요. 제가 또 하나의 제 취향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나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주인공일 것 같은 그분의 미모. 앞으로도 더 많이 출연해주시길, 다른 곳에서도. 자주 봐요 우리.
(네이밍 여성 모델, 원씽 포맨 남성 모델, 토코보(립밤 화보였나) 여성 모델하고 또 어디더라 까먹음. 이분들 화보 보는 재미가 있다. 어어 누군지 알고 싶게 저를 호기심 자극하지 마세요 흑흑. 알게 모르게 제 취향분들이신 것 같아요 그대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