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기억하는
죽겠다. 곰곰 생각해봤는데 나 캐릭터 덕후 맞는 것 같아. (뭘 새삼스레...) 뭐뭐 덕후들 최후의 수단으로는 그 끝은 소장이잖아. 그것도 영구적인 것들로. 내꺼야. 하면서... 후후. 내 삶에 끼어든 쿠로미가 참 해맑아. 일단 눈 안대 묶고 무작위로 골라도 이건 나한테 평5점 받아. 무조건적인 편애 아닙니다. (아니 맞습니다. 그냥 귀엽습니다. 그 존재는.)
치키치키가든 팔레트를 그냥 힐끗 훑어보면 무척이나 난해할 것 같잖아요? 이걸 어떻게 발라? 버려. 이러지 말고 잠깐만 딱 몇 초 기다려보라고. 어쩌면 가장자리 검은색이 완전 칠흑 같은 어둠 색이라 거기에 팍 꽂혀서 그런 걸 거임. 자세히 보아야 이해됨. 사실 알고 보면 고루 갖춘 팔방미인 쿠로미는 육각형 아이돌이란 걸. 온통 쿠로미 형상화시킨 색감들, 간단히 깔아줄 베이스 섀도 색상부터 눈 앞머리랑 애교살 뿅뿅 펄 그리고 아이라인 음영 그라데이션 시킬 진한 색상까지 알차게 다 갖춘 몸임. 롬앤이 어쩜 쿠로미 대상을 가지고 각 부위별 해부하듯 하나 하나 뜯어 이리도 잘 분해 분석했을까
첫인상 때도 무한의 소장 가치 전시용으로만 그치긴 아쉬우니 어떻게든 쓰고 싶었거든 근데 얘 자체가 활용 능력이 탁월했던 것이다. 의외로 꽤 데일리스러운 데다가 캐릭터만이 지닌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채도감 빠뜨리지 않고 곳곳에 숨겨두어 이 아이만의 싱긋싱긋한 색감이 우울한 기운에 빠지지 않도록 해준다.
윗줄 맨 왼쪽 1번, 2번 섀도우들이 나란히 채도가 쿨하고 그나마 탁기 적어 블러셔로 써도 차분하게 이쁨. 발색이 턱턱 안 올라가 더 분위기에 무게감이 실린다. 물론 이 또한 퇴색적인 색감에 타사 섀도우들에 비하면 회백색 돌아 사람 두 볼에 깊게 패인 골이 생길 것 같죠? 아뇨. 전혀. 고요하고 그윽한 무드감 오직 깊숙하다구요. 야위어져 깊게 패인 볼따윈 없어. 다른 팬칸 섀도우들로 눈화장과 얼굴 음영 층층이 쌓은 다음 1번 2번 볼 터치 앤 립 베이스해보자. 그러면 목숨을 담보로 내어줘야 될 것처럼 한없이 칙칙해보일 색감들 확 잡아줌. 절반은 색 울적 우울감 퇴치 성공.
그 밑에 다양한 색 뒤섞인 펄 섀도우 그러니까 솜사탕 색 섀도우라 제가 일컫는 그것도 그런 존재 격과 다름 없다. 얼핏 생뚱맞을 듯 사이버틱해지면 어쩌지 할 고민 안 해도 괜찮다. 확 죽은 음영 까마죽죽하게 굳어진 분위기를 해체시킬 뿐. 펄감이 두드러지는 유형과 멀다 못해 화이티하고 되게 스포티하게 쿨해 눈 앞머리 포인트로도 좋다. 화이트와 함께 푸른 빛이 대체로 빛나서 청량 시원한 기분도 내킨다. 펄 수억 개의 빛남이 참 곱다. 사실 얘네 아니었다면 한결같이 해골 분위기만 났을 수도 있음. 치키치키가든이 롬앤 아이팔레트 더스티포그가든 다음으로 회색회색회색회색 탁기탁기탁기탁기 무지막지하도록 탁하거든요.
이를 대신하여 치어리 가든이 담백하고 산뜻한 색감이 본질 물 흐리지 않으니 이와 더불어 블루베리칩 이후 혁명적인 시리즈, 가히 색감계 귀재가 아닐 수 없다. 끝내 둘 다 사버렸죠. 지나친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 깊은 탄식만 나옴. 마이멜로디 치어리가든이 참한 느낌이라면, 쿠로미 치키치키가든은 여러 번 생각을 꺾고 비교적 참신한 느낌. 그 파격적인 시도가 성공적이어서 아낌없는 극찬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내 안에 또 다른 자아를 찾듯이 그저 써주면 되는 결말이어요.
또 하나. 캐릭터 콜라보는 뭐다? 높은 확률로 한정판이다. 그럼 한정판은 뭐다? 곧 끝난다. 머지않아 죽음의 단종문이 도사리고 있다. 치키치키가든도 그러한 운명임을 받아들였더니 당분간 단종문 굳게 닫혔답니다. 단종은 단말마의 비명만 지르게 할 뿐인데 자애로운 롬앤 마리아는 온고잉을 하사하셨단다. 롬앤. 아멘. ㅋ 어쨌든 캐릭터 콜라보 하고 퀄리티 뒤지면 캐릭터 등 업어타 믿고 까분다 욕 먹을 수 있지만 캐릭터+색감+극한의 컬러 대비 질적인 미까지 삼박자 고루 완벽함. 치키치키가든 진심 손바닥으로 검정색 팬칸만 가리면 색이 어렵지 않네 하실 거임. 불친절한 밤, 친히 치키치키가든 발라주면 오늘 밤도 낯설지 않아~
아직 블랙 색상은 못 썼다. 많이는. 쿠로미 양각 팬칸이 쿠로미 즉사할까 봐 손이 덜덜 떨려 못 쓰겠다. 옆자리 팬칸에 쓰여진 영어는 몇 번 손댔다고 지워지는 중임ㅜ 쿠로미가 다행히 검정에 꼬라박혀 그 형태를 오래 지켜낼 수 있을 듯. 그리고 당연히 가루날림 뿔뿔이 흩어짐은 감안해야 한다. 나야 눈 감아준다. 대담하게 용감한 자가 고도의 상술... 아니 고도의 미모의 캐릭터를 얻는 거임 뭐 그런 거.
여러모로 롬앤이 정통으로 콜라보에 열정을 쏟아내며 멋진 완성작을 선보였다. 한 제품마다 다각도로 낱낱이 뜯어보면 하나 하나 다 고스란히 느껴진다. 문득 캐릭터 볼 땐 어릴 적이 기억나고, 추억해보고, 언젠가 회억하기를. 몇 번이고 음미하게 된다. 브랜드측에서도 이번 캐릭 콜라보, 레전드 대란이 일어날 거라 어느 정도 예상하셨을텐데 그럼에도 단종 사하셔서 더 많은 분들이 즐기셨으면,을 가능케했다. 이번을 계기로 다음 번에는 더욱 풍성한 롬앤이 되길 응원하겠다🤗 눈부신 롬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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