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끌 모아 수분 태산 에멀젼
아니 정말 좋은데요?! 딜 떠서 살까 말까, 그래도 여름에 괜찮을 것 같아 구입했더니 오오. 미친 듯이 잘 만들었다! 약간 묽은 크림 녹여낸 에멀전이 고급지다. 우윳빛 불투명 제형이 살짝 뽀글뽀글 거품이 일고 그 형체를 잃어가면서 차차 얽히고설킨 물방울처럼 도톰히 얹어진다. 그러니 피부 스쳐지나갈 때도 마찰 자극 없다시피 수분 더미가 부드러이 드러눕는다. 곧 물 찬 수분감이 들어차거니와 그에 뒤지지 않은 간단한 보습이 뒤따라 잇는다. 상품 정보에 적힌 입체적인 보습, 피부 바탕 다지기, 피부 결광 등 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이뤄내서 허투루 놓침이 없다.
유분이 가볍지만 만만치 않다. 이러면 보통 수부지 인간 심리상 더운 숨결 훅 덮쳐오는 여름엔 바르기 싫어지던데 얘는 절대 안 부담스러웠다. 흡수도 유분기가 돌아 느린 것 같다가도 톡톡 두드려주면 그새 수분결 스며들어 되려 쫀쫀함을 살린다. 피부가 유영하듯 즉각적으로 유연해지는 걸 제 볼 콕 눌러 만져만봐도 알 수 있다. 아주 피부 피로 회복제 따로 없다. 화장 전 기초로도 손색이 없을 듯. 아마 기초 순서만 달라질 뿐, 사계절 다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이 제품 알아가고선 앓아가는 거지.
2번째 기획의 51번째 샘플. '~할 것' 이것은 꼭 지키자는 조건 밝힌 상품 글귀들이 인상 깊더만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라보드레가 해냈다. 좋은 제품 만들기 위한 무수한 시도가 고스란히 담긴 제품력이란 게 뭔지 제대로 보여준 격이다. 심지어 고객 의견에 맞춰 펌프 변경도 했단다. 내용물이 퉤 아무렇게나 튕겨져 나오는 불편함도 못 느꼈고, 깔끔한 용기가 펌핑질도 수월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신기하도록 향도 뭔가 오트밀 고소한 내음이 한 모금 풍긴다. 그래서 한낱 크림빛 에멀전이 더욱 특별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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