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따온 듯한 향기
눅스 프로디쥬스 플로럴 오일 구매하면서 나란히 동봉된 미니용 버전을 쓰고 있는 중이다. 크기가 마치 소인처럼 매우 아담해서 앙증맞게 귀엽다. 나로 하여금 눅스 브랜드를 말할 것 같으면 때는 바야흐로 몇 년 전인데 그 당시만 해도 바디오일이란 존재가 달갑지 않았던 나였지만 올리브영에서 이 눅스 오일 시향해보고 상당히 괜찮았던 기억을 되새김해보며, 눅스 구역이야말로 향기 천국 브랜드라 원대히 여겼었다.
여전히 눅스 향이 나는, 좋았다. 진한 바닐라향 가득히 품고선 여기에 상큼함 살짝 톡 찍어낸 듯한 향내음이 녹진하게 퍼진다. 깊게 들이마시자마자 얼룩덜룩 고인 다디단 냄새가 한편으로는 눅눅하고 느긋하게 범람하는 것 같으나 막상 무향 바디로션에 한 움큼만 부어서 전신에 발라주니까 향이 짙지 않고 긴밀한 여운감만 남긴다. 더불어 내게로는 해마다 단 한 번 뿐인 크리스마스 밤이 막연히 생각나는 향이다. 이 눅스 향에 어느새 호흡을 맡기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막 넘어가는 시각 곳곳 크리스마스날의 향기가 나는 법한 분위기, 밤하늘은 자꾸만 검게 어두운데 어디선가 종소리가 부르르 징하게 울리고 연인들이 지나가는 사이로 나리는 눈만 소복소복 온통 하얗게 쌓인 세상 바깥을 등진 그대로 웅크려 앉고는 따뜻한 난로열에 잔뜩 몸을 녹여가, 오직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 조명에만 의존한 채 보기만 해도 물리도록 느끼한 바닐라 케이크 냄새만 좇고 있는 어느 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세상이 아물어가는 겨울 끝, 이때 케이크가 특별한 날이니만큼 외관이 짱 크고 화려한데 그런 버터 치덕치덕 발린 케이크가 꾸덕하고 뉘엿거려 채 다 못 먹는 걸 이미 알고 있어야 돼. 그럼에도 앞일 생각 않고 무작정 사다 놓는 거지. 해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니까. 암 암.
갑작스레 영감받아 너무 감성에 젖은 말들만 나열했는데, 아무튼 그렇다. 원래 향수는 우수에 벅차야 향과 일심동체될 수 있잖어. 그러든지 말든지 덕질에 미친 덕후는 크리스마스날에도 최애와 보내기가 그게 이치이고 진리지.🤷♀️💏🤷♂️ 진짜... 한겨울에는 눅스향이 과분하게도 좋다. 창밖에 펄펄 눈 내리는데 우뚝 멈춰서 눅스 오리지널향에 취해본다 가정해봐. 나한텐 이곳이 지상낙원이고 만년설원임.
멀티용 덕분 온몸에 다 바를 수 있음. 리치 오일이라 해서 엄청 무겁고 퍽퍽하단 느낌은 크지 않았고 그저 묵직하게 피부를 감싼다. 그러는 와중조차 평범한 오일 주제에 흡수 빠르기가 빛의 속도 못지 않다. 전체적인 사용감이 전혀 껄끄럽지 않았다. 눅스 바디 케어 제품들 왜 저래. 미쳤네. 눅스 향기에 헤어나올 수 없어
그래도 다음에는 모발 끝에도 담뿍 발라보게 드라이 오일로 한 통 살 확률 = 내가 오늘도 내 최애를 사랑할 확률. 응. 겁나 뫼비우스 띠 즉, 무한대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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