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향을 문신처럼 두르고 나가면,
이곳저곳 숨어 사는 곤충들이 덤벼들 것 같아... 자연 현상처럼. ㅋㅋㅋㅋㅋ... 쌩쌩한 풀 무더기 내지 숱한 꽃더미 속에 얼굴 깊숙이 파묻혀버린 격의 발향력에 내내 어지럽게 진동함. 이렇듯 처음에는 손에 남는 향이 짙을 수 있다.
향수처럼 진하진 않지만 향의 공기가 감도는 듯하게 머물러서 존재감이 퍽 도드라지긴 함. 그래도 서서히 옅어져 가니까. 결국은, 마치 무성한 꽃과 풀 가득한 곳에 그것들을 만지다가 와서 손에 빈틈없이 밴 향기로 전해진다. 그게 뭐가 되었든 간에 일단 손 씻고 난 직후에는 향이 꽂히듯 강하여 꽃무덤에 누워 잠든 듯한 향의 원근법이 느껴진다는 거. 잊지 마시고.
이것도 이제 포함 각이지만, 한편 인간 꽃밭 또는 인간 꽃집 시리즈 하면 나열되는 향들 있죠. 그것들과 약간 다른 면모가 있어보인다. 미샤 양재꽃시장 향이 물기 얼룩져 좀 더 생기 어린 향. 또한 헉슬리 모로칸 가드너 향보다는 덜 관조적인 시점의 향. 그리고 드문드문 향기 결이 곱다. (미샤랑 헉슬리 둘을 나란히 맞대어보자면, 미샤가 향이 직관적인 느낌.)
아. 더블유드레스룸 드레스퍼퓸 No.20? 플라워샵이 같은 플라워샵 이름을 가졌어도 좀 더 초록초록의 냄새가 확 올라온다. (더블유 여기 플라워샵 향 가볍게 뿌리기 괜찮더라고. 연초 피는 듯한 반전이 있는 풀잎향들도 있던데, 이건 이파리들 가볍게 스치는 향 머금음이라서 옷에 이따금씩 흩뿌려준다ㅎㅎ 꽃잎 흩날린 향기보다는 푸른 풀밭 향기가 푸른 바다처럼 일렁이는 걸 향수화시킨 것 같았다. 때문에 한 모금 더 쌉쌀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 24.5.6추가: 코코도르에서 디퓨저로 양재동꽃시장 향이 생겼길래 이것도 한번 맡아보고 나중에 적어볼게요 (포레스트랑 북스토어 향이 젤 궁금하긴 하지만)
저 위의 것들과 달리, 잊을 수 없이 문신처럼 각인되는 것 같게끔 헤트라스의 [플라워샵]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조금은 억세고 질긴 향 뻗침이기에 어쩌면 의외라 여길 수도 있다. 플라워샵 생화향에 의해 질식사 했다고 하면 으레 인정해줄 것 같음ㅋㅋ... 그렇다고 잔가시 돋친 것처럼 향이 마구 날카롭고 거세게 습격하진 않음.
맑은 하늘 속 평원 같은 배경과 함께 모차르트 플루트 4중주 2번 G장조 악보가 떠오르는데, 세속에 살았던 시절은 기억 삭제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헤트라스가 향을 내걸고 제품 내는 것만큼 사용감도 괜찮았다. 이에 대해선 [런던머스크] 향 리뷰에서 구체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많은 말들은 삼가하기를 매일 수시로 손 씻기에 부담없었다고 말문을 접는다. 역동적인 향 세기와 더불어 손을 촉촉하게 어루달래주며 양도 엄청 많은 데다가 가성비까지 끝내줘서 안 쓸 수가 없다. 핸드워시 용기도 가시적으로 우직하게 곧다. 같은 제품 런던마스크 향 리뷰에 썼다시피 용기 펌핑이 지금보다 더 부드럽게 눌러졌으면 하는 건 있다. 그럼 단점이 먼지 한 점 안 보일 것 같은데 말이지.
플라워샵 향은 어느새 한 통 거의 다 썼다. 벌써 정든 향이 무섭다ㅋㅋ 한번 거품 손아귀에 쥐면 주변 공간을 휘휘 휘젓고는 무참히 지배하다가 어느 순간 꺼진다. 그렇게라도 꽃더미에 파묻혀 질식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헤트라스 플라워샵. 안개비처럼 은은한 향을 원하며 고요히 안개가 걷힌 듯한 기분을 안고 싶다면, 헤트라스 런던머스크. 고고.
(르셀ㄹ, 스카이ㅂㅌ 핸드워시 등 다른 브랜드들 핸드워시도 써보고 싶은 게 많다만 헤트라스가 가격대가 하염없이 착하여 끝내 돌고 돌아올 듯. 양 많아봤자 하루에 손을 몇 번 씻는지ㅎ 가성비 생각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