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단순히 피지오겔이라는 이유만으로 걸렀던 크림입니다. 지복합성인 저에겐 예로부터 과한 오일리함으로 유분 폭탄을 안겨줬던 바 있는 브랜드였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신선한 패키지 컬러감과(전 대체 왜 이런 부분에 꽂히는 건지..?) 보습+진정이라는 컨셉에 궁금증이 들어, 결국 50ml의 작은 사이즈로 구매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파란색의 기존 피지오겔 라인들보다 가볍다는 후기도 구매 결정에 한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형은 완전한 보습 크림입니다. 제품을 짜면 마치 연고처럼 두툼한 크림이 토출돼요. 바이오더마보단 수분감이 약간 있는 느낌이지만 묵직함은 비슷합니다.
발림성도 마치 연고를 짜서 퍼뜨리듯, 부드럽진 않았어요. 다소 뻑뻑합니다만 그렇다고 크게 불편하진 않습니다. 백탁이 꽤 동반되고 살짝 약품스러운, 착향제/화학처리 별로 안 들어간 더마크림들 특유의 느낌이 듭니다. 흡수는 의외로 빨랐어요. 잔여감이 많지 않고 제법 빠르게 흡수됩니다. 아토팜, 리얼베리어 크림과 유사한 사용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오래 전 일이지만, 제 기억 속의 피지오겔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어요. 요즘 DMT라인으로 출시되는 친구들은, 로션이든 크림이든 항상 번들거림과 끈끈함을 남겼었거든요. 그런데 이 제품은 그런 잔여감이 거의 없었어요. 작년에 LG 생활건강이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했다던데, 제품 사용감도 국내스럽게 바꾼 건지 궁금할 정도로 달랐습니다. 바야흐로 지/복합성, 수부지도 피지오겔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물토너(독도 토너)로 닦토 이후 이것만 썼는데 보습감이 딱 적절했고, 유수분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제 피부엔 바이오더마보다 더 적절한 느낌이에요. 바이오더마와 같은 제품들은 아무래도 서양인들의 극건조한 생활 환경과 기후에 최적화되어 있거든요. 일반적인 우리네 복합성, 수부지 피부엔 이 제품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반면, 그만큼 중건성/심한 건성에겐 다소 부족할 것 같아요. 그러한 피부타입에겐 여전히 파란색 라인 제품들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괜찮은 포인트로 꼽을 수 있는 건, 전성분이 심플해요. 매우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구요.(~추출물이 많이 들어가면 방부 목적 성분도 덩달아 들어가야 합니다. 또, 여러 가짓수의 성분이 배합될수록 자극 요인 성분이 들어갈 리스크도 커지구요. 그런 점에서 전성분이 20개 내외로 심플한 게 이상적입니다만, 그런 제품이 많진 않죠. 이 크림의 전성분 가짓수는 16개입니다.)
또, 실리콘 오일에 민감한 저에게도 괜찮은 성분 배합이었구요. 같은 라인의 로션, 그리고 '지성용 레드수딩 AI 라이트 크림'에 이르기까지 피지오겔답게 쉐어버터가 들어가 있는데 이 제품엔 빠졌어요. (의외였습니다. 쉐어버터가 일부 지성 피부에 자극요인이 되는 건 흔한 경우인데 말이죠.) 구매 고려하실 때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점점 추워지는 시기에 보습제 고민을 갖고 계신 복합성, 수부지 피부에 추천해요.